C.E.O 인터뷰

가수 이상우-발달장애아 후원 사회복지재단 만든다

어휘소 2008. 6. 9. 16:13
 발달장애아 후원 사회복지재단 만드는 이상우 대표


요즘 이상우 대표는 행복하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승훈이.

그의 건강한 미소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승훈이와 같은 아이들이 서로 도우면서, 평생 동안 일할 수 있는

발달장애아들의 재활공동체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요즘 무척 분주하다.

 

 

“아빠, 행복해!”

아빠가 직접 끓여준 김치찌개 앞에서도, 햇살 좋은 놀이터에서 아빠와 함께 그네를 타면서도,

승훈이가 자주 들려준 말은 ‘행복해’였다. 그 한 마디 말은, 듣는 이도 함께 행복해질 만큼 따스했다.

지난해 가을. 가수 이상우 씨의 모습을 한 TV프로그램(KBS2 <인간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실로 오랜만이었다. 노래보다는 사업가로 변신, 성공했다는 소식은 이미 들은 터였다.

한동안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었던 그의 모습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그런데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가수 또는 사업가 이상우 씨가 아니었다. 큰아들 승훈 군이었다.  올해 열다섯 살인 승훈이는 발달장애가 있다.

 

발달장애란 ‘발달’이 지체되는 모든 질환군을 통칭한다. 언어적 기능이 나이에 비해 더뎌 의사소통이 힘들거나, 운동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정신지체나 학습장애, 운동기술장애,

의사소통장애 등을 이 범주에 포함시킨다. 통상 발달선별 검사(developmental screening test)를

통해 해당 연령의 정상적 기대치보다 25%가 뒤져 있는 경우, 발달장애가 있다고 한다.  발달장애아의 경우 보통 작은 변화에도 어려움을 겪고, 사물에 특이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발달장애는 타 장애보다 그 정도가 비교적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국가적 제도나 혜택이 미비한 실정. 전문학교 및 치료시설도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위의 높은 관심과 후원이 절실하다. <인간극장> ‘고맙다, 아들아’ 출연 이후 이상우 대표(그는 공연기획 매니지먼트 회사 ‘원업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고 있다)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부부에게 스승 같은 아들, 승훈이

 

“처음부터 발달장애 아이가 있다는 것을 숨기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방송에 나가면,

아내와 승훈이가 힘들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방송에 나간 뒤,

시청자들의 많은 응원과 격려가 제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 됐습니다.”

아들 승훈이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건 태어난 지 35개월째가 되어서였다. 

이 대표는 이 사실을 접한 후 3개월여 동안 술에 절어 폐인처럼 살았노라 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이인자 씨)는 달랐다. 무남독녀 가정에서 누구보다 곱게 자랐던 아내는 승훈이 곁을 지키며 억척엄마가 되어가더란다. 너무도 담담하게 아들의 장애를 가슴으로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러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대표 역시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승훈이는 그와 아내에게 스승 같은 아들이다.

 

사람이 사는 동안 무엇이 귀하고, 또 소중한 것인지, 가치 있는 삶이 어떤 건지 깨우쳐 준 아들이기 때문이다. 승훈이가 아니었다면 누구와 나눈다는 것, 그리고 봉사, 기부문화 등에 대해 남의 일처럼 여기며 평생을 살았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문화공연을 통한 사회복지사업을 꿈꾸고 있을 만큼, 나눔과 봉사에 대해 본질적으로 변화된 삶을 살아가려 하고 있다. 현재 발달장애아 교육은 비장애아와 함께 교육을 받는 통합 교육이 주목 받고 있다. 이는 사회성을 키워 발달장애아들도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통합교육 시설 및 환경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이 대표는 아쉬워한다.

그는 승훈이가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6년 전, 삶의 터전을 수원으로 옮겼다.

특수교사 수도 많고, 실내수영장과 체육관 등 훌륭한 시설을 갖춘 기독교계 초등학교에 승훈이를 입학시키기 위해서다.

 

그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전제조건은 아버지가 1년간 예배와 성경공부에 참석해야 한다는 것.

이 대표는 원업엔터테인먼트 창업 초창기, 하루하루 빼곡한 일정 속에서도 교회와의 처음 약속을 지켜 승훈이를 그 학교에 입학시켰다.

 

 


재활학교 설립 준비하는 ‘이상우문화복지재단’

 

이 대표 부부는 승훈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부모의 도움 없이도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행히 승훈이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겨룬 전국수영대회에서 4위에 입상한 실력으로, 건강한 편이다.

 

매일 수영장에 가서 연습을 하고, 아빠와 함께 도로 자전거도 즐긴다. 엄마와 함께 광교산에 오를 땐, 엄마를 먼발치에서 앞서갈 정도로 빠른 걸음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이 대표 부부의 눈물겨운 혼신의 노력이 함께 한 건 물론이다. 혼자의 힘으로 신발을 신는 데까지 2개월, 옷을 갈아입는 데는 6개월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했다.

 

이 대표는 대부분의 발달 장애우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갈 곳이 없다고 아쉬워한다. 이를 위해 그는 발달장애아들이 졸업 후 취업 준비 학교 및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재활학교 설립을 구상하고 있다.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재활학교 설립은 이상우문화복지재단에서 맡을 예정.

 

5월 16일 원업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김효선 이사는 “이상우문화복지재단에서 추진하게 될 사업내용들이 이제야 막 큰 틀을 갖추게 되었다.”고 전했다. 곧 5월 중으로 사회복지법인 인가 신청을 강남구청에 낼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해 이 대표는 종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공연을 기획하고, 무대에 오를 가수들을 섭외하느라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른바 ‘컬처엠(Culture M)’ 프로그램이다. 이 대표는 이를 두고 ‘마음 속 장애까지 허물 감동의 공연릴레이’라고 전한다. 이는 콘서트, 뮤지컬, 연극 등 10개의 공연 중에서 2개 또는 4개의 공연을 최고 64.5% 가까이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고품격의 최정상급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골라보는 재미까지 더하자는 게 ‘컬처엠’ 공연이다.

즐거움이 문화로, 문화가 다시 사회공헌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취지다.

 

 


즐거움이 문화로, 문화가 다시 사회공헌으로

 

이와 같은 취지가 전해지면서 ‘컬처엠’ 공연에는  많은 가수와 공연팀이 참가했거나, 참가가 예정돼 있다. SG워너비, 빅마마, 심수봉, 박강성, 윤도현 밴드, 유키 구라모토, 그리고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공연이 12월에 예정돼 있다. 연중 스케줄이 꽉 차 있는 조수미 씨의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이 대표는 무진 애를 태워야 했단다. 그녀의 국내 공연을 관리하는 친동생이 발달장애아들을 돕기 위한 취지를 전하기 위해, 유럽과 일본으로 누나를 쫓아다니며, 시간을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컬처엠’ 프로그램에는 뮤지컬 <시카고>, 연극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웃찾사&개그야 컬투패밀리의 기획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이 공연의 수익금은 모두 이상우문화복지재단에 귀속되어 재활학교 설립에 쓰일 예정이다. 이제까지의 사회복지 차원이 기업의 기부에 주로 의존했다면, 이상우문화복지재단은 문화공연을 통해 직접 수익구조를 만들어간다는 계획인 것이다. 컬처엠 공연은 지난 1월 말, 모 TV 홈쇼핑을 통해 1시간 만에 2억5천여 만 원어치가 판매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제가 노래 대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건 바로 승훈이 때문이었어요. 우리 부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승훈이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놓아야 했거든요. 그리고 이제, 복지재단과 재활학교를 세우기로 한 건 우리 승훈이뿐만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다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께도 꿈과 용기를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요즘 사회복지 실무를 위해 시간 나면 공부도 하고 있고, 또 빠른 시간 내에 사회복지대학원에도 들어가 보다 더 깊이 있는 공부를 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기업의 성공한 CEO로서 바라보는 그도 물론 좋지만, ‘채워지지 않는 빈자리’, ‘바람에 옷깃이 날리듯’,  ‘비창’ 같은, 가수 이상우의 절창을 무대 위에서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 건 여전히 아쉬움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4월 말부터 매일 아침(오전 9시 5분부터 10시 55분까지, 방송인 왕영은 씨와 KBS2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라디오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라면 또 다행일까.


사진협조| 원업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