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간 속에서

'빛의 화가' 모네와 만나다

어휘소 2008. 8. 20. 20:48

 

 

 

 ‘빛의 화가’ 모네의 ‘물의 풍경’전

 

‘빛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가 ‘물의 풍경’을 가지고 서울에 왔다.

9월 2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모네전이 열린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회화 60여 점. 마르모땅 미술관(파리), 오르세 미술관, 뚜르 미술관, 리에쥬 근대 미술관(벨기에) 등 세계 20여 공공 및 개인 소장 작이다. 특히 20여 점에 달하는 ‘수련’ 연작과 지베르니 정원의 풍경을 그린 작품들이 전시의 중심을 이룬다. 이들 작품 가운데 길이 3미터의 초대형 작품 두 점과 2미터 크기의 수련 작품들이 다량 전시되는데, 이 같은 규모는 프랑스 이외에서 열린 모네전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모네는 19세기 미술의 최대 혁명이었던 인상주의 미술의 선구자. 빛이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운동은 사물을 보는 시·지각의 변화를 초래, 르네상스 이래 지속된 서구회화의 전통에 대한 대변혁을 일으키며 근대미술의 탄생을 알리는 최초 미술운동으로 기록되었다. 1874년 파리 살롱전에 출품한 모네의 작품 <인상, 해돋이>는 ‘인상주의’라는 명칭을 탄생시킨 불후의 명작이 되었다. 당시 빛의 효과를 포착하여 더 나은 자연주의를 실현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인상주의는 전통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사실 인상주의 초창기에는 공식 살롱의 형식이 정해진 원칙이었으므로 모네의 작품은 대중에게 비난받았다. 그는 1886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대중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얻기 시작한다.

 

상업적 화가이자 캐리커처 화가로 출발한 모네는 햇살이 가득하고 물기를 머금은 노르망디 해안의 풍경을 그리며 유람하다가 일순간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자연의 인상을 기록하는 인상주의 미술의 선두주자로 나선다. 영국작가 터너와 콘스터블의 작품을 익힌 그는 새로운 사조의 중심작 <인상, 해돋이>를 통해 새로운 예술의 중심에 섰고 이후 반세기 동안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신조에 충실한 작가였다. 그의 나이 40세가 될 때까지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지만 인상주의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매일 수십 개의 캔버스를 들고 야외에 나가 빛의 변화에 따른 반사현상을 포착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

 

인상주의는 곧 시대의 선도적인 그림 운동으로서, 예술 취향을 가진 부유한 미국 기업가들이 모네 등의 작품을 열심히 수집하게 되는 상업적 성공도 거두었다. 86세의 일기를 살다간 모네의 인생에서 남긴 유화 작품은 약 2,000 여 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 중 모네가 생의 반을 살았던 지베르니(1883-1926) 시기에 집중적으로 그린 ‘수련’의 연작들만 약 200여 점을 차지하고 있다. 모네는 인상주의가 막을 내릴 무렵부터 하나의 모티브를 같은 시각에서 빛의 변화에 따라 그리는 시리즈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노적가리’이고, 이어 ‘포플러’와 ‘루앙 대성당’, ‘런던 국회의사당’을 거쳐 ‘수련’과 지베르니의 정원으로 이어진다. 모네가 지베르니에 있는 자신의 정원 연못에서 자라는 수련을 그린, ‘수련’ 연작은 모네 예술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1899년을 시작으로 이후 30년 동안 모네 예술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다.

 

초기 원근법에 준하여 수련 연못에 비친 하늘과 자연의 변화하는 오묘한 빛들을 인상주의 기법인 가벼운 터치를 병렬하는 방식으로 제작되던 작품들은 점점 단편화되고 원근법을 무시하는 2차원적인 성격으로 변하면서 추상적인 풍으로 변화한다.

‘수련’에서 연상되듯 모네는 ‘물의 작가’이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센 강의 끝자락이자 대서양 연안도시 르아브르로부터 센 강변에 자리한 아르장테이유와 베테이유, 푸아시, 대서양 연안의 에트르타, 푸르빌을 지나 런던의 템스 강, 네덜란드의 튤립 밭, 지중해의 앙티브, 아드리아해의 베니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엔 언제나 물이 함께 있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물의 풍경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흐르는 물을 따라 흐르는 물처럼 생을 살았고, 흐르는 물을 좇아 그의 작품세계를 만들어갔다.

 

이번 전시는 모네 예술세계의 이해를 돕기 위해 5개의 테마로 구성되었다. 모네 예술의 정수인 물위의 풍경은 ‘수련’을 필두로, 그의 가족의 인물화로 구성된 가족의 초상, 모네의 삶의 반을 차지하면서 정원에 서식하는 다양한 수상식물과 풍경을 집요하게 그려낸 지베르니의 정원, 모네 작품의 주된 소재를 구성하는 초기부터 지베르니에 이르는 다양한 풍경을 그린 센 강과 바다, 그리고 모네의 눈에 비친 유럽의 풍경을 담은 유럽의 빛이 그 구성이다.

 

현재 세계에서 모네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은 파리 불로뉴 숲 근처에 자리 잡은 마르모땅 미술관이다. 1966년 모네의 차남인 미셸 모네가 기증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곳으로 ‘인상, 해돋이’를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마르모땅 미술관의 협조로 그곳에서 소장하고 있는 절반가량이 전시되고 있다.

 

모네는 회화에 있어서 전통을 부수고, 빛의 시대를 연 최초의 화가였다. 아틀리에의 정형적인 모방적 사실주의를 탈피하고 자연으로 나가 야외 풍경 묘사를 통해 기후 변화에 따른 빛의 효과를 포착하는 시간성을 추구한 최초의 화가였다. 또한 이 같은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같은 사물을 반복해서 그리는 시리즈 작품을 발명한 최초의 화가이기도 했다. 결국은 색채와 터치만을 사용해 모티브의 형상을 완전히 지워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현대추상의 문을 연 19세기의 화가였다. 유명한 미술 비평가이자 예술사학자인 클레멘트 그린버그는 “모네의 ‘수련’은 그가 살았던 시대보다, 오히려 ‘우리 시대와 미래’에 속하는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평일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토,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사진협찬: 마르모땅 미술관(수련), 오르세 미술관(네덜란드의 튜립 밭 18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