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에 길이 있다

이철수 선생님과 함께 한, 겨울철 전래놀이 몇 가지

어휘소 2008. 9. 3. 23:21

 

 

 

                                                 체험교육장 다송헌(www.norilove.com) 사진(위와 아래)

 

 

‘내 아이들을 위한 물고기가 뛰노는 강’.

다송헌 입구를 지키고 있는 장승엔 이처럼 시어같이 아름다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강의 물고기들은 모두 언 강 아래로 몸을 감추고,

대신 영하의 추위도 아랑곳 않는 겨울 아이들의 놀이터가 돼 있다.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외발 썰매를 들고 밖으로 나온 이철수 선생 역시

빙판 위의 곡예사처럼, 아이들이 씽씽 타고 달리는 썰매와 금세 하나가 되어 갔다.

 

 

추울수록 더욱 신명나는 ‘썰매타기’

십 수 년 만의 기록적인 추위에 대한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이철수 씨는 이번 겨울방학 동안 아이들이 타고 놀 썰매를 이미 수 십여 대 제작해 놓았다. 얼마 전 전국에 방영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면서 이젠 안의면의 유명 인사(?)가 다 된 상진이(안의초등학교 6학년)를 비롯하여 친구인 우철이, 예빈이(5년) 등 빙판 위의 아이들은 ‘선생님’의 외발 썰매를 쪼르르 따라가며 신이 나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그 차가운 날씨에 장갑도 끼지 않고 달려온 아이들이 많다. 꽁꽁 언 아이들의 손을 보면서 이철수 씨는 “다음에 썰매 타러 올 땐 꼭 장갑 끼고 오너라.” 한다.

 

앉은뱅이 썰매와는 달리 외발 썰매는 서서 얼음을 지친다. 두 발짜리 보다 빠른 스피드를 낼 수 있다. 신나게 달리다가 급회전이나 정지할 때 얼음가루가 휘날리는 게 환상적일 만큼 멋이 있기도 하다. 외발 썰매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송곳 지팡이는 허리 높이보다 조금 길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자 수 흥정이 더 재밌는 ‘자치기’ 놀이

자치기는 야구와 아주 흡사한 전래놀이로 짧은 막대를 긴 막대로 쳐내는 놀이다. 보통 4~10명이 편을 갈라 하는데 몇 자로 끝내기를 할 지 미리 정한다. 어미자 길이를 한 자로 계산하며 사람 수에 따라 잣수를 정하게 된다.

치는 막대기를 잣대라 하는데, 잣대로 칠 때는 입으로 ‘맛대’ 라고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 수비를 하는 쪽에서는 이 막대가 멀리 날아가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든지 발로 밟아야 한다. 날아가는 막대를 수비자가 잡으면 공격자는 아웃이다. 만약 받지 못하면 새끼 자를 주워 공격자가 서 있는 지름 2m의 원을 향해 던져야 한다.

 

대신 공격자는 새끼 자가 원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어미자로 되받아 칠 수 있다. 원 안에 새끼 자가 들어가면 공격자는 아웃이다. 공격자가 친 거리가 기본자(5~10자)를 넘으면 직선거리를 어림잡아 “몇 자” 하고 자 수를 부른다. 이 자 수가 실제 잰 거리보다 모자라면 그 공격자는 아웃되고, 충분하면 부른 자 수를 먹게 된다. 이와 같은 ‘원 자치기’ 놀이 외에도 ‘구멍 자치기’, ‘콩 자치기’, ‘땅콩치기’ 놀이 등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나무기차 타고 달려보자, ‘차놀이’

빨강, 노랑, 파랑. 갖가지 예쁜 색깔로 단장한 나무기차를 끄는 기관사(?)는 오늘 이 곳에 모인 꼬마 손님들 중 가장 키가 작은 여덟 살 상호(안의초등학교 1년)가 맡았다. 상호는 레일을 대신한 빙판 위에서 진짜 기차의 기관사라도 된 양 카메라 앞에서 짐짓 진지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둥근 나무를 잘라 긴 막대 끝에 바퀴를 만들어 달아, 밀고 다니는 ‘동굴테’ 역시 이곳 아이들의 훌륭한 차놀이 도구 중 하나다. 또 나무 상자에 통나무 속을 파낸 바퀴를 단 나무 수레에는 줄을 달아 아이들이 직접 타기도 하면서 끌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철수 씨는 전래되는 차놀이 중 백미로 단연 ‘실패 탱크’를 꼽는다. 나무 실패와 고무줄, 양초와 작은 꼬챙이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부릉부릉’ 소리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웬만한 장애물도 기어오를 수 있는 대단한 위력을 지녔다.


발로 안 되면 머리로도 찬다, ‘제기차기’

빙판 위에서의 얼음지치기가 끝나자, 이번엔 상진이, 우철이, 그리고 이철수 ‘선생님’까지 가세한 ‘제기차기’ 놀이가 한바탕 벌어진다. 발로 찬 제기가 머리 위로 날아오면 발 대신 머리로 헤딩을 하기도 한다.


 

사보 <현대모터> 2001년 2월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