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고, 검도와 요가 배우며 ‘기(氣)와 예절’ 함께 익혀요
개방형 자율학교, 충북 청원고등학교
인성과 실력 겸비한 농산어촌 우수고 목표
이른 아침, 학교 정문에 들어서면서 교장선생님과 함께 손뼉을 마주치며 신나는 하이파이브를 하는 아이들. 충북 청원에 있는 개방형 자율학교인 청원고등학교의 등굣길 풍경이다. 이곳은 학교 오는 일이 행복하다는, 맑은 가을하늘 같은 아이들이 자라는 곳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 등교시간의 학교 정문. 교장·교감선생님, 그리고 학생회장단이 반갑게 하이파이브로 학생들을 맞으며 아침인사를 나눈다. 사제지간 혹은 친구들끼리 손뼉을 부딪치며 여는 학교에서의 하루 일과. 분명 활기와 건강이 넘치리라 짐작해 본다.
그리고 오후 저녁시간, 학교 교정에는 힘찬 기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한창 검도 수련에 열중하고 있는 1학년 남학생들이 죽도를 내리치며 내는 함성이다. 같은 시각, 여학생들은 요가 수업으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수행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젠, 이 학교가 궁금해질 차례. 학교 안내 팸플릿에는 ‘칭찬·격려·신뢰를 바탕으로 행복교육을 펼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곳은 지난해 충청북도 청원군에 새로 문을 연 청원고등학교(교장 정용하)다.
청원고등학교 사진제공
청원고는 개방형 자율학교이자, 학교의 모든 시설관리를 민간 운영회사에서 맡는 민간투자시설사업(BTL) 대상 학교다. 정용하 교장은 충청북도에서 6:1의 경쟁률을 뚫고 공모제를 통해 초대 교장에 취임했다. 전체 교사 또한 초빙과 공모제로 선발되었다. 이 학교는 현재 개방형 자율학교 외에도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학교’, ‘2007 우수시설학교’, ‘기숙형 공립고’ 등 농산어촌 지역에서 전인교육 목표에 이르기 위한 갖가지 운영모델이 시험 가동 중인 학교이기도 하다.
검도, 요가 등 '인성체육' 정규 교과목에 편성
“우리학교에는 다른 학교에 없는 교과목이 하나 있습니다. ‘인성체육’이에요. 우리 청원고의 교육목표가 ‘인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인적인 학생’이거든요. 작년에 첫 신입생이 입학하고, 전인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검도와 요가를 선택하여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수강신청을 받았습니다. 학년 전체 학생이 참가신청을 했지요. 1년 동안 시행해 본 결과,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매우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얻었습니다.”
검도와 요가 모두 ‘기(氣)와 예절’을 중시하는 종목이다. 개방형 자율학교의 설립 취지가 전인교육 인재 양성이다 보니 개교 첫해인 청원고의 교육목표에 잘 맞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이었다는 게 정용하 교장의 평가다. 개교 첫해, 지·덕·체를 중시하는 인성교육으로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학교로서는 선결과제였다. 이 과제가 해결되면, 그 후부터는 학생들의 학습의욕과 학교 본연의 교육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어느 정도 적중한 것이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아예 남학생의 검도와 여학생의 요가(2학년 여학생은 스포츠댄스)를 주 1시간씩 ‘인성체육’이라는 이름으로 정규 교과목에 편성했다. 이 ‘인성체육’ 과목에는 마라톤 종목도 포함되어 있다. 청원군에서 개최하는 10㎞ 단축 마라톤 종목에 청원고 1·2학년 전체 학생이 참가하고 있다.
국토순례 통해 호연지기 기상 함양
김은식 교감이 소개한 또 다른 인성교육 프로그램은 ‘국토순례체험’이다. 전 학년 모두 4박 5일 일정이다.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자아정체감 확립과 호연지기 기상 함양이다. 지난해 첫해, 이 일정이 확정되자 ‘그럼 공부는 언제 하느냐?’는 학부모들의 원성도 없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젠 학부모들 또한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해하면서 자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이들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은 정식 교수일정 외에 최대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자는 게 원칙입니다. 인성을 강조한다지만, 우리 학생들도 입시공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잖아요. 4박 5일 일정의 국토순례는, 소풍과 야영 등 연중 야외에서 이뤄지는 현장체험학습 프로그램들을 통합하여 그 효과를 더욱 배가시키자는 취지입니다.”
지난 5월에 진행된 국토순례체험은 2학년의 경우, 명량해전의 울돌목을 출발하여 해남 땅끝마을, 남해, 진주성, 속리산까지 1,000km의 대장정이었다. 1학년은 포항의 해양챌린지캠프를 출발하여 영주, 안동, 단양, 충주와 학교를 잇는 776km를 도보와 버스로 일정을 소화했다. 학생들이 도보여행을 하기에 다소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구간은 버스를 이용하여 이동한다고 김은식 교감은 설명한다.
교육격차 해소 위한 51개 방과 후 활동 운영
개방형 자율학교의 설립 취지가 전인교육이라지만, 인문계고인 청원고 역시 학력신장 문제는 소홀할 수 없는 일이다. 청원고에서도 현재 영어와 수학 과목은 수준별 이동수업이 진행된다. 타 학교와 차별화되는 점은 두 개 학급을, 세 개의 수준별 그룹으로 나눈 것. 소그룹 수업으로 어느 정도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부족한 교원은 기간제 교사를 채용해 보충하고 있다. 또한 수학능력 정도에 따라 학생 스스로의 판단으로 교실 이동이 자유로운 것도 특징이다.
수준별 수업은 시험평가에도 적용된다. 가령 수학시험문항의 경우 한 문제를 상·중·하의 난이도로 각각 조정하여 출제하는 식이다. 학생들은 해당 문항에 한해 자신이 풀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를 선택해서 풀면 된다. 배점은 난이도별로 5점에서 2점씩 각각 차등을 두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문제는 한 과목당 5문항 이내로 제한을 둔다. 이 평가방식은 학기 초,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브리핑을 한 뒤, 전체 동의를 얻어 시행하게 되었다.
청원고의 방과 후 활동 역시 자율선택형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정규수업을 보완하는 다양한 교과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농산어촌 우수고 육성학교로서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비 지원 덕분이다. 현재 언어, 영어, 수학의 부족한 부분에 대한 교과 클리닉(25강좌), 사물놀이, 원어민 영어회화, 음악 등 특기·적성 프로그램(19강좌),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입시 예능 프로그램(7강좌) 등이 개설되어 있다. 김은식 교감은 “학교의 외부 강사료 지원 덕에 학생 1인당 평균 4개 프로그램 정도씩 수강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한다.
“우리학교, 정말 좋아요. 선생님들도 모두 좋으시고, 수업시간에도 너무 재미있어요.” 교정에서 기자와 마주친 김용민(1학년 예반) 학생은 학교자랑을 하며, 조금은 수줍은 듯, 그러나 가을하늘처럼 싱그럽게 웃는다.
***개방형 자율학교란?
개방형 자율학교란 혁신의지가 강한 운영주체에게 학교 운영권을 위탁하고 자율권과 책무성을 부여함으로써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학습 방법 등을 혁신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다. 문제 해결 학습, 탐구학습, 토론식 수업 등 생생한 경험을 통해 지식을 체득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도입, 지·덕·체의 균형 있는 계발을 통해 전인교육을 실현한다. 초빙·공모로 선정한 교사들과 함께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학교 구성원이 지역 내 교육력을 결집해 일반계 고교의 새로운 교육과정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 발행 월간 <꿈나래21> 2008년 11월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