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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기르기, 동의대 '여대생 커리어 탐색과 도전'

어휘소 2010. 4. 27. 11:39

 

                                                                   동의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사진 

 

 

여성의 기르기,

 

동의대 진로교육 프로그램-

'여대생 커리어 탐색과 도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에게도 높은 사회성과 강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와 함께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과정 지원사업’을 전국의 8개 대학(경북대, 동국대, 동의대, 서강대, 순천대, 연세대, 원광대, 충북대)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이달 ‘교육 다큐’에서는 2003년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를 설립한 뒤, 지난해 교육부의 지원으로 ‘여대생 커리어 탐색’ 및 ‘여대생 커리어 도전’이라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부산 동의대학교를 찾아가 보았다.

 

동의대학교 예체능대학 미술학과(동양화 전공) 4학년인 김정순 씨.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그녀의 꿈은 미술교사였다. 그렇지만 과에서 두 명의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교직이수의 좁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고민이 생겼다. 그리고 3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다면 창작의 고통에다 어쩌면 곤궁한 생활까지 감내해야 할지도 모를 작가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혹은 남들처럼 일반 기업에 취업의 문을 두드릴 것인가를 두고 말이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예술계열 학과 학생들은 2~3학년 무렵이 되면 대개 이러한 진로의 고민에 빠져들곤 한단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자신의 진로에 대해 확고한 결심을 굳혔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자신의 적성과 해야 할, 혹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자기탐색이 충분하게 이뤄진 덕분이다. 졸업 후 그녀는 책 만드는 일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정했다. 출판 영역 중에서도 미술 전공을 살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는 게 현재 그녀가 꾸고 있는 꿈이다.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숫자, 1440

“이번 학기부터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서 컴퓨터로 하는 일러스트와 매킨토시 컴퓨터 활용 등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한 공부를 좀더 충실히 해 두려고 합니다. 미술 분야 중에서도 저는 동양화 전공이라 그 동안 컴퓨터를 활용한 일러스트를 전혀 하지 않았거든요.”

 

동의대학교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에서 마련한 진로 교육 프로그램인 ‘여대생 커리어 탐색’(저학년 대상)과 ‘여대생 커리어 도전’. 미술학과 학생인 김정순 씨는 지난 해 이 진로교육 프로그램의 수강 혜택을 톡톡히 누린 주인공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은 오랜 진로상담 끝에 결정한 것. ‘커리어 탐색과 도전’ 두 과목을 차례로 수강한 뒤 그녀는 자신의 변화된 모습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었노라 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를 비롯하여,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자신감까지 덤으로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듣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숫자는 바로 1440이라고 들려주던 어느 강사님의 말씀이었어요. 이는 하루 24시간과 60분을 곱한 것인데, 신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 외에 단 1분도 더 허락하지 않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항상 ‘내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하고 조바심을 내던 제 모습이 떠올려지며, 앞으로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두 과목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녀는 그 동안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자신 없어 하던 대인관계에서도 보다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대입 수시 전형 인터뷰를 하면서, 지나치게 긴장하여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한 기억이 있는 그녀로서는 무엇보다 커다란 성과인 셈이다. 그녀는 이 진로교육과정 수강을 통해 자신이 누린 혜택만큼 “미술학과 후배들에게 이 ‘커리어 탐색 및 도전’ 2과목 강의를 적극 권하고 싶다”며 앞으로 더 알차고 특색 있는 진로 교육 프로그램이 개설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패션디자이너의 꿈, 다시 날다

동의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세미나실. 김정순 씨 곁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하던 윤지희 씨(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역시 자신에게 그 성과가 큰 만큼 더욱 다양한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말로 운을 뗐다. 어렸을 때부터 패션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했던 윤지희 씨는 지난해 ‘여대생 커리어 도전’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크게 얻은 게 하나 있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그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아가며 성공하고, 또 인정받는 삶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깨우침이었다.

 

“저는 물론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는 같은 과 친구들도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적잖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과 졸업생의 절반 정도가 패션업계로 진출하고는 있지만, 박봉의 초임 때문에 전직하는 사례 많이 보았요. 사실 패션업계에서 막내 디자이너의 현실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거든요.”

 

이러한 이유로 그녀 역시 패션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어렸을 적 꿈이 잠시 흔들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여대생 커리어 도전’ 강의를 듣고부터 생각이 바뀐 것이다. 그녀는 오랜 꿈을 펴지도 않은 채 포기하기보다는, 패션디자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이 도전을 위해 현재 전공 분야 공부는 물론이고, 어학공부도 열심이다. 겨울방학 중에도 윤지희 씨는 학교에 나와 졸업 작품 전시회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번 졸업전시회에서 그녀가 선보일 의상 작품은 요즈음 10대들이 즐겨 입는 패션이 될 거라고 한다.

윤지희 씨 역시 김정순 씨처럼 대학생활을 하는 동안 시간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모처럼만에 세미나실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지난 학기 진로교육 강의를 듣고부터 언제든지 손을 뻗으면 잡아줄 사람도 생겼으며, 진로 관련 검사와 진로 상담을 통해 자신을 더 알아가는 계기가 된 것이 무엇보다 만족스럽다고 했다.

 

 

수강신청 시작 10분 만에 ‘신청 종료’

“여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위해 저희 동의대학교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여성부의 지원사업으로 설립되었다)에서는 2003년부터 ‘여성과 직업’이라는 교양과목을 개설해 왔습니다. 주로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장전문가들이 강사로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호응도가 아주 높아요. 대규모 강의실에서 250명이 들을 수 있는 강의인데도 수강신청 10분 만에 신청이 종료될 정도였습니다.”

 

동의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윤명희 소장은 지난해 교육부가 마련한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과정 지원사업’이 특히 지방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에겐 미래 진로를 설계하는 데 더없이 좋은 시간이 되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여대생 커리어 탐색과 도전’ 두 개 클래스 중 하나는 학교의 예산지원, 그리고 하나는 교육부의 지원사업으로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수도권 대학보다 취약한 정보력에서 학생들의 갈증이 조금은 해소되었다는 평가다.

나아가 윤 소장은 지난해 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면서 노출된 문제점들은 2007년 하나씩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외형적인 변화라면 한 프로그램 당 수강인원을 지난해 250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줄인 것이다. 좀더 많은 여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대단위 강의로 욕심을 부리다 보니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참여를 이끌어내기가 역부족이었다. 강의 내용도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활동이나 토론보다는 강사들의 강의 중심으로 진행된 것이 역시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교양과목이다 보니 자칫하면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이 아니라, 구경꾼이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사실 100명의 수강인원도 수도권의 교육환경 좋은 학교들과 비교하면 적은 인원은 결코 아닙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올해는 ‘커리어코치’를 10분 정도 모실 계획입니다.”

 

‘커리어코치’로는 객원 전문상담사와 전문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의대 졸업생을 초빙할 예정이다. 이들은 진로교육 강의를 신청하는 100명의 학생들이 강의 외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10개의 그룹지도를 별도로 맡게 된다. 학교에서는 소액의 활동비를 사례비로 지급하게 된다. 학생들의 진로상담은 지난해에도 수강 신청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의무조항이었다. 개별상담 후에는 집단상담을 하면서 학생들의 자기탐색 기회를 강화한 것도 큰 성과라면 성과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커리어 도전’ 강의에 함께 참여한 김정순 씨와 윤지희 씨 모두 같은 평가였다. 강의가 끝난 후 매주 실시한, 수강인원 전체 학생들에 대한 강의 만족도는 97.8%가 만족한다는 응답이었다.

 

 

여성 리더십 함양 등 ‘여성의 힘 기르기’

동의대는 장기적으로는 여대생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학년별 또는 단과대학별 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진행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인문계 학생과 공과대학 학생의 강의 만족도가 크게 다르듯이 소규모 강의로 여러 클래스를 운영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의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는 진로교육 전 강의를 동영상으로 제작, 사정이 생겨 수업에 참가하지 못한 학생들도 추후에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교육부에서 지원한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과정 지원사업’은 지난해 처음 실시되었다. 전국에서 8개 대학(경북대, 동국대, 동의대, 서강대, 순천대, 연세대, 원광대, 충북대)이 시범대학으로 선정되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8개 대학의 교육과정은 여학생들의 진로탐색 및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단계적·체계적으로 설계되었으며, 각 대학별로 다양한 교수학습법이 활용되었다.

교육과정에는 진로적성검사·상담 등을 통한 자기이해, 희망 직업군과 취업 방법 조사, 취업준비 과정에서 겪는 좌절과 갈등에 대처하는 내면의 힘 기르기, 여성으로서 직장과 가정의 병립 성공사례, 여성의 리더십 함양 등이 포함되었다. 강의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를 초빙하는 특강 및 팀티칭으로 진행되었다. 지난해 이 지원사업의 성공적인 임무완수에 힘입어 ‘여대생 특화 진로교육과정 지원사업’은 2007년에도 계속 추진된다.

 

<교육마당21> 2007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