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검은오름' 위 하늘가 산책
6월 16일, 제주 검은오름에서 촬영
패러글라이딩의천국,제주
제주 '검은오름' 위 하늘가 산책
정오 무렵이 가까워지면서 여러 대의 패러글라이더가 오름 상공을 수놓기 시작했다.
오전 이른 시각의 금악활공장(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금오름 혹은 검은오름이라고도 부른다).
그곳에 막 올라섰을 땐, ‘패러글라이더가 과연 제대로 뜰 수 있을까’ 했을 정도로 바람이 영 신통치 않았다.
<항공문화> 촬영팀과 체험비행 팀을 이곳으로 안내한 ‘패러매니아’ 함영민 팀장은
“이륙하자마자 곧바로 내려오게 생겼다”며 설핏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바람의 섬’ 제주 아닌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활공장엔 패러글라이더가 높이 뜰 수 있을 만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연무로 멀리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던 게 끝내 아쉬움이긴 했지만.
북동향 하늘 아래로 펼쳐져야 할 한라산의 마루금도 꼬리를 감추었다.
제주지역 패러글라이더 동호인들이 바람을 가르며 오름 상공을 날았다.
6월 16일 수요일. 평일인데도 금악활공장에는 꽤 많은 패러글라이더 동호인들이 찾았다.
마침 체험비행에 나선 초보자들도 2팀이나 되었다.
외국인 신청도 한 그룹이 있었지만, 이른 아침 제주지역에 예보된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고 했다.
장기 휴가를 내서 제주여행 한 달여 째를 보내고 있다는
회사원 김민주 씨(26세, 인천광역시)도 체험비행 희망자다.
‘올레길’ 걷기와 함께, 여행기간 중 체험 목록으로 패러글라이딩 비행을 선택했다는 당찬 그녀다.
함영민 팀장으로부터 이착륙 때 필요한 행동요령 등 주의사항을 들은 뒤
2인승 패러글라이더는 땅을 박차고 멋진 새처럼 날아올랐다.
첫 비행의 착륙장은 오름 인근에 펼쳐진 빈 밭으로 골랐다.
6월 16일, 제주 검은오름에서 촬영
금악·월랑봉·서우봉·군산 활공장
금악활공장은 초보 글라이더에게 제격인 비행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오름 주변에는 주로 농경지와 이시돌 목장과 같은 초지로 형성되어 있다.
해서 바람의 방향에 따라 사방 어느 곳에서도 이륙과 착륙이 가능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은 건 오름 정상 부근까지 승용차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름의 정상은 가축들에게 먹일 풀들이 자라고 있어 출입하려면 사전에 연락을 취해야 한다.
금오름의 표고는 430미터로 제주지역 활공장 중에서는 가장 고도가 높은 편.
표고차는 100미터다.
주말이면 40-50여 명의 패러글라이더 동호인들이 제주의 바람 맛을 즐긴다고 한다.
6월 초순부터 9월 초순까지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체험비행 신청도 많을 때다.
이때가 곧 성수기인 셈이다. 이곳 금악활공장 외에도 월랑봉, 함덕활공장(서우봉),
군산활공장, 미악산 등이 동호인들이 주로 찾는 비행 장소들이다.
금악에 이어 촬영일정에 포함됐던 월랑봉활공장(다랑쉬오름, 제주시 구좌읍 송담리)은
결국 강풍과 비가 취재진의 발길을 허락하질 않았다.
월랑봉은 처음 입문하는 초보자들에게 가장 알맞은 활공장소라는 게 함영민 팀장의 귀띔이다.
이곳 역시 오름 주변에 목장과 빈 경작지가 많아 안전한 착륙이 가능한 때문이다.
해발고도 382미터, 표고차는 200미터 정도다.
제주지역 주요 활공장 중에서는 표고차가 가장 큰 곳이기도 하다.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오름 들머리부터 활공장까지 약 30여분 동안 장비 등짐을 지고
걸어 올라야 한다는 것. 하지만 곧이어 펼쳐질 ‘천상의 산책’을 떠올리자면
이마저도 행복한 노동쯤이 되지 않을까.
또 육지에서의 방문이라면 함덕활공장과 함께 제주공항에서 지근거리라는 이점도 있다.
6월 16일, 제주 검은오름에서 촬영
360여 개의 오름, 하늘이 내려준 선물
함덕활공장(서우봉, 해발고도 111미터, 표고차 80미터.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한여름의 무더위 탈출을 겸한 비행으로는 최고의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서우봉 아래 내려다보이는 해수욕장과 쪽빛 바다가 비행의 맛을 배가시켜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 함덕활공장은 초보자들이 도전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곳이다.
중급 이상의 비행실력을 갖춰야만 안전한 비행을 즐길 수 있다.
군산활공장(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해발고도 335미터, 표고차 130미터)은
초·중급의 비행실력이면 가능한 활공장소다.
제주도의 서쪽을 대표하는 활공장이자, 무엇보다 안전한 착륙이 가능하여 입문자들에게 권할만한 곳이다.
이 외에도 고근산활공장(서귀포시 용흥동, 해발고도 396미터, 표고차 150미터)은
해안 가까이에 있어 중급 이상의 비행실력을 갖춰야 하는 곳이다.
6월 16일, 제주 검은오름에서 촬영
사실 제주지역은 패러글라이더 동호인들에게는 ‘하늘이 내린 활공장’이나 마찬가지다.
섬 전체에 퍼져 있는 360여 개의 오름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 산(오름)의 고도가 모두 높지 않다 보니 상승기류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이와 관련 함영민 팀장은 “한라산 자락의 어승생 같은 곳에 활공장 하나만 만들어졌으면 딱 좋겠다.”고 했다.
비행교육과 체험비행을 함께 하고 있는 함 팀장(2인승 지도조종자)은
“체험비행을 하다 보면, 천 명이면 천 명 모두 비행이 끝나면 주체할 수 없이 행복한 표정과
만족감을 드러내곤 한다.”며 패러글라이딩 체험비행의 순기능을 들려주기도 했다.
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을 나는 기쁨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정신적인 치유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내년 9월쯤 그는 히말라야 2400km 종주비행에 도전할 예정이다.
앞으로 체계적인 비행교육기관을 만드는 것도 함영민 팀장,
그가 꿈꾸는 일 중 하나라고 전한다.
취재협조: 패러매니아 함영민 팀장(http://cafe.daum.net/param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