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산행, 빛고을 광주 무등산행(20110115)
입석대
산행코스: 원효사-무등산 옛길 2구간 등산로-서석대(1180m)-입석대-장불재-임도 하산-원효사 입구
산행일 및 시간: 2011년 1월 15일. 10시 30-15시 15분
오전 6시 30분 양재역 출발. 졸며, 자며 원효사 앞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0분. 공원관리사무소를 지나 무등산 옛길 2구간으로 들어서는데 쌓인 눈이 적지 않아 아이젠을 신고 시작한다. 지난겨울까지 4족 아이젠을 신다가 이번에 짚신형으로 바꾸었는데, 이게 훨씬 편한 것 같다. 발에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덜하다. 제법 눈이 쌓인 등로를 아무런 생각 없이 걷는다. 석 달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금세 숨이 차오른다.
무등산은 도심 10km 이내에, 인구 100만 이상을 끼고 있는 1,000m 이상의 세계 유일의 산이라고 한다. 그래선지 임도를 벗어난 등산로에는 초입부터 오래된 수령의 소나무, 편백나무 등 아름드리나무들이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 걷다 보니 제철 유적지 표지판이 나왔다. 임란 때 김덕령 장군이 무기를 만들었던 장소라고 한다. 좀 더 들어가 역사공부 좀 해 볼까 하다가 선두와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 발길을 서두른다.
트래킹 코스라고 해서 평탄대로인 줄 알았는데, 오르는 길이 영 쉽지만은 않다. 두어 시간을 걸었을까? 처음으로 조망이 트인다. 광주 시내가 한눈이다. 다시 임도로 올라서며 숨을 고른다. 여기부터가 ‘빛고을 광주, 그리고 무등산행’의 하이라이트다. 힘들게 계단을 오르면, 서석대의 전망대다. 한반도 남쪽 내륙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주상절리대라고 한다. ‘빛고을 광주’라는 지명도 이 서석대에서 유래했단다. 수정병풍 같은 돌기둥에 빛이 더해지면, 보석처럼 빛난다 하여 광주라고. 밥벌이로 글을, 혹은 카피를 쓰면서 ‘빛고을’이란 이 말 참 많이도 썼었었는데 그 연원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번 무등산행이 내게 준 선물이라면 선물이다.
오후 1시, 드디어 서석대 정상이다. 강풍으로 인해 체감온도는 영하 20도쯤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도 단체산행객들로 인산인해다. 인증샷을 위한 정상석 쟁탈전이 한창이다. 오후 1시를 넘겼으니 모두가 배고프고, 춥고... 밥은 먹어야 하는데 강풍 때문에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서석대에서 좀 더 내려서니 입석대 전망대 뒤쪽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명당이 있어 거기에 자리를 폈다. 얼마나 추웠던지 데워졌던 발열도시락은 금세 찬밥이 되었다. 밥을 데우고 난 핫팩도 예전만큼 따뜻하지가 않아 별 무소용이었다.
장불재. 산 정상부 바로 아래에 이런 대평원이 있다니. 사방이 툭 트였으니, 바람은 더욱 거셌다. 넥워머로 얼굴을 온통 감싸지 않으면 안 되었다. 좀 걷다 보면 안경에 콧김이 서려 시야가 흐려진다. 잠깐씩 워머를 내리고, 숨을 쉬는데 칼바람이 볼을 때렸다. 마치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살을 에는 칼바람의 그 위력을 난생 처음으로 실감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