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인터뷰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 - 경기방송 우제찬 사장 인터뷰

어휘소 2008. 8. 12. 21:43

 

 

                      <함께하는 사랑의 길> 사진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논어에서 일러준 ‘애지, 욕기생(愛之, 欲其生)’이다.

 

 경기방송과 경기도자원봉사센터가 함께 추진 중인 ‘사랑의 집 고쳐주기’ 봉사 프로그램.

이는 이 ‘애지, 욕기생’의 가장 모범적인 실천사례에 꼽힐 만하다.

소외 계층의 삶의 보금자리를 새로 고쳐주는 일.

누군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봉사.

 ‘사랑의 집 고쳐주기’프로그램이 올해로 3년째 만들어가고 있는 봉사의 성과들이다.

 

결국 사랑이란, 사람을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는,

가장 분명하면서도 근원적인 힘이 되어주는 까닭이다.

 

이 집수리 봉사에는 경기방송 애청자들이 보낸 문자메시지 요금(1건당 100원)의 수익금이

매달 100만원씩 후원된다. 말 그대로 ‘100원의 기적’을 일구고 있는 셈이다.

지난 2월 20일 오전, 경기방송 5층 소회의실에서는 경기방송 우제찬 사장과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이제훈 이사장(전 중앙일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2008년도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이 협약식이 끝난 후, 바로 옆 사장실로 자리를 옮겨 우제찬 사장과 마주앉을 수 있었다.



- 사장님은 수습기자로 출발하셔서 경인일보의 편집국장,

그리고 사장까지 지내셨다가 지난해 11월부터는 이곳 경기방송 사장에 취임하셨는데요.

신문편집인과 방송경영인이라는 두 길을 함께 걷게 되셨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조금은 서로 다른 영역이지요. 요즈음 저는 새로운 일에 대한 보람과, 방송의 묘미를 많이 느끼곤 합니다. 지역방송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기방송의 청취율이 무척 좋습니다. 제가 40여 년간 일하며 만들어 온 신문은 제품이 나오기까지 제작과정이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방송은 즉각적이어서 많은 매력이 느껴집니다. 취임 넉 달여가 지난 지금, 저는 경기방송의 발전을 위해 어떤 품질의 방송을 만들어가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취임하시면서 3년 임기 동안 경기방송의 이러한 변화만은 꼭 이끌어내야겠다는,

사장님만의 경영차별화 전략을 구상하셨을 텐데요.


경기도민들이 지역사회 미디어에 대한 니즈가 강하다는 걸 느낄 수가 있습니다.

또 저희 경기방송에 대한 청취 계층의 폭도 매우 넓은 편입니다.

앞으로 경기도민들에게 꼭 필요한 새로운 정보나 오락, 취미생활 정보,

교양과 지식 등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겠지요.

이러한 애청자들의 요구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저는 물론 임직원 모두가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 경인일보 사장 재임하실 때, 지방지의 오랜 현안이었던 경영상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 해법은 어디서 찾으셨는지요?


언론이나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기업의 성패는 사람에 달려 있습니다.

사람의 능력은 100%이지요. 그런데 대개 일터에서는 그 능력을 20-30% 정도밖에 쏟아놓질 않게 돼요.

CEO는 이 구성원들의 능력을 40-50%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것이 곧 CEO의 능력이지요. 이것을 잘 하는 사람이 경영도 잘 하게 되고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구성원들에게 정(情)을 중요시합니다. 일터에서도 웃음이 있고, 정이 넘치고, 동료가 지쳤을 때 그 옆 사람이 끌어줄 수 있는 정감 어린 조직이 능률이 있고, 생산적이며 효율적입니다. 신문사도 마찬가지예요.

 

 

                                           <함께하는 사랑의 길> 사진

 


- 학창시절 꿈이 기자셨어요?


원래는 소설가가 되고 싶었었어요.

수원 북중학교 다닐 때도 글 쓰는 일을 좋아했었는데,

그때 교지 만드는 일을 참 재밌게 했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1968년도부터 경인일보 수습기자로 언론인의 첫발을 떼기 시작했지요.

그러니까 40년 동안 기자로 살아온 셈입니다. 그 기간 중에 8년은 사장도 했고요.


- 유년시절, 학창시절 이야기 좀 들려주세요.


제가 6남매의 맏이인데, 고등학교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어요.

고학으로 어렵게 공부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가장 노릇을 하느라,

동생들의 학업도 도와야 했고요. 그 당시에는 연탄도 없고, 장작으로 불을 지피며 살아갈 때였어요. 하지만 장작 살 돈이 없어 거리에서 땔감을 구해다 쓰곤 했었지요.


- 사장님께서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경기지회장(2003~2007), 대한결핵협회 경기도지부장(2008년 현재), 경기언론인클럽 회장 등 여러 단체의 수장을 맡아오셨거나, 맡고 계십니다. 언론사의 CEO 외에도 많은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제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그저‘저 사람에게 일을 맡기면 최선을 다하니까, 실패는 안 하겠다’그런 생각들을 하고 맡기시는 것 같아요. 또 언론계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최고경영자까지 맡아 일한 경험이 있으니 그런 기회들을 자주 맞게 되는 것도 같고요. 얼핏 돌이켜 보아도 제가 맡아온 임무에, 아직까지 크게 실패하거나 실망을 드리진 않았던 것 같아요.


-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직 수행도 그렇고, 오늘 협약식이 있었던 ‘사랑의 집 고쳐주기’ 프로그램도 그렇고요. 봉사와 나눔에 대한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에겐 '두레'라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잖아요. 마을에 큰일이 있을 때면 막걸리 한 병, 계란 한 꾸러미라도 나누는 인심이 있었고요. 그런데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생활패턴도 바뀌었고, 기부문화도 달라졌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사람 사는 맛을 느끼려면 남을 먼저 배려하는 정신을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기부문화를 가꾸어 가다보면 우리의 삶은 더욱더 윤택해질 겁니다.

이제부터는 덜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기부를 한다는 아이러니 같은 이야기를, 그만 들었으면 좋겠어요. 또 연말에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모금 캠페인을 하면, 큰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라도 모른 체 그냥 지나친다는 그런 말도요. 이러한 기부문화 풍토는 이제 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 봉사 또는 나눔과 관련하여 겪으셨던 감동적인 일화가 있으시면 이 기회에 들려주세요.


그동안 맡았던 여러 직책 때문에라도 봉사활동 현장에 참여할 기회는 참 많았지요.

하지만 제게 오래도록 기억될 에피소드들은 기자생활하면서 발굴한 온정기사들입니다. 군 생활하던 모 일병의 조기 제대 이야기도 그 중 하나일 겁니다. 폐병으로 돌아가실 뻔한 어머니를 ‘모 일병 돕기 캠페인’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한 이야기는 당시 수원지역에서 꽤 화제가 됐었지요.


- 봉사와 나눔 문화를  조성해 나가기 위해 앞으로 경기방송이 해야 할 역할이 많으실 텐데요.


방송의 사회적 책무 중에도 봉사라는 역할이 있으니까, 앞으로 경기도자원봉사센터에서도 저희 경기방송 프로그램들을 십분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집 고쳐주기’, 연말 이웃돕기 프로그램 등 방송국 스스로 진행하는 것도 있겠지만, 다른 기관의 봉사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일도 다양하게 구상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여러 방법이 모색되어 유용하게 활용하실 수 있었으면 합니다.


- 언론(경영)인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혹시 못다 이루신 꿈, 그에 대한 아쉬움이 있으신가요?


느지막한 나이에 이런 이야기하면 후배들에게 노욕(老慾)이라는 소리 들을까봐 조심스러워요(웃음). 앞으로 제가 꼭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긴 합니다. 현재 경기도가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서울지역에 결코 뒤지지 않잖아요.

그런데 언론 부문만은 경쟁력에서 많이 따르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제가 오래도록 간직해 온 꿈이 있어요. 중앙 언론의 품질에 결코 뒤지지 않는, 지역에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향토언론’을 하나 만들어 잘 키워보는 겁니다. 요즘 경기언론인클럽에서도 지역 언론 발전과 변화 모색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경기도 화성이 고향인 우제찬 사장은 경기 남부지역의 경우, 경기방송의 청취율이 중앙의 전국방송권 라디오보다 높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한수 이북은 난청지역이 있어 아직 원활한 방송청취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는 지역방송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전국권 라디오 방송 3사의 송신 제재 때문이라고 한다. 우제찬 사장은 임기 내에 이 문제를 해결, 한수 이북의 경기 지역에서도 경기방송의 청취가 원활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 발간 <함께하는 사랑의 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