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 인터뷰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뉴미디어와의 결합은 지구촌을 하나의 촘촘한 네트워크 사회로 만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부가 주최한 <새로 보는 과학기술> ‘제7회 과학기술, 미디어를 만나다’ 포럼에서 한양대학교 정보사회학과 윤영민 교수는 이 주제와 관련한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더욱 발전해감에 따라 우리 사회는 점차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지 그는 밀도 있게 조명했다.
논문에서 그는 IT 기술발전과 뉴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우리 사회는 점차 ‘네트워크(network), 지식(knowledge), 이동(mobility), 그리고 시뮬라시옹(simulation)’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는 이미 기술적인 측면에서 ‘네트워크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 전자정부(e-government) 시스템 구축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오고 있는 윤영민 교수. 그는 이 잘 짜여진 네트워크 사회가 전자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더없이 유용하다고 말한다. 그는 또 전자정부라고 해서 단지 IT나 IS(Information system), 혹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운용되는 정부라고만 이해하면 안 된다고도 전제한다. 정보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직접민주주의 시대를 열어가기 때문이다. 전자정부란 본질적으로 근대 관료제에 대한 변화를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존의 수직적 분업에 의존하던 관료제는 전자민주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수평적으로 변화해 나가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구축해 온 네트워크 세상
또한 뉴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정보와 지식’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바로 디지털 테크놀로지 세상에서 두 번째 중요한 화두로 지목한 ‘지식’인 것이다. 그는 앞으로 이 ‘지식과 정보’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능력의 차이가 곧 새로운 권력창출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까지 단언한다. 따라서 미래에는 평범한 사람들까지도 일상생활에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고, 더욱 분석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이 늘 긍정적인 측면만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수명이 짧아진 탓이다. 뉴미디어 덕분에 지식생산이 가속화되고, 사회적 불확실성은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로 인한 정보와 지식의 해방은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권력관계를 해체하거나 재편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른과 아이, 부모와 자식, 교사와 학생, 선배와 후배, 기업과 소비자 등등 사회의 온갖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정보통신 기술혁명의 뉴미디어 시대, 그가 제시한 세 번째 키워드는 ‘이동’의 사회, 곧 ‘노마디즘’이다. 이는 ‘이동과 변화, 속도’를 숭배하는 사회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물론 여기에는 지리적, 물리적, 그리고 사이버상의 이동까지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도, 그 정신은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수백만 개에 이르는 사이버 카페에서 활보하는 동호인들…. ‘신부족주의’라고도 불리는 이들을 그는 ‘사이버 유목민’이라고 부른다.
“어느 학자는 이러한 노마디즘이 사회에 의해 강요된, 정체성 해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지적도 합니다. 프랑스의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또 이러한 유목민적 질서가 장차 인류의 미래를 규정짓게 된다고도 확신하기도 하지요.”
전화번호부가 제작된 지 불과 1년 만에 전체 1/3의 번호가 바뀌었었다는 10년 전 통계를 들려주며 윤 교수는 “현대인들은 이제 ‘유목민의 DNA’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 같다”고도 말한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접근 가능한 인터넷과 이동전화가 있기 때문이다. 한해 해외 여행길에 나서는 인구가 이미 천만 명을 넘어섰고, 일상생활에서도 유목민적 정체성의 삶이 확연히 눈에 띈다는 것이다. 직장인의 경우만 해도 하루 생활과 이동반경이 약 80~100km 정도 가까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전화’로부터 광대역융합네트워크 BcN까지
우리는 현재 음성뿐만 아니라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3세대 이동전화 시대를 맞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 이 ‘전화’라는 보통명사의 유효기간은 얼마나 더 남아 있을까? 윤 교수는 앞으로 한 세대쯤 더 뒤엔 이 ‘전화’라는 용어 또한 낯선 ‘고어(古語)’가 되어 국어사전에 등재될 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그는 요소기술들은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 중인 BcN(Broadband Convergence Network, 광대역융합네트워크) 서비스를 한 예로 들려준다. BcN은 음성, 데이터, 유무선, 통신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이 대통합을 이루는 대표적인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 앞으로 BcN 서비스가 본격 개시되면 200-300개에 이르는 고품질의 다양한 방송채널이 확보되는 등 예전 지상파 방송에서 제한적이던 주파수 시대도 종료된다.
다채널 멀티미디어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때로 현실의 실재보다 영화, TV 등에서 모사하는 가상의 이미지를 더 사실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것이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주장해 온 ‘시뮬라시옹’이다. 윤 교수 역시 이 ‘시뮬라시옹’을 뉴미디어 시대를 특징짓는 네 번째 키워드로 꼽았다. 그는 가짜를 더 진짜처럼 믿게 되는 이 착시현상에서 벗어나는 ‘영리한 소비자’라면, 미디어에 대한 일정한 거리두기, 혹은 경계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과학기술혁신뉴스> 2008년 1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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