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왔습니다

실업계 학교, 예비 창업자들의 아름다운 도전

어휘소 2008. 8. 24. 12:06

교육 다큐


2006년 4월 현재, 전국의 실업계 고등학교는 707개교로 전체 고등학교(2,144개 고교)의 32.9%를 차지하고 있다. 불과 십수 년 전만 해도 이들 실업계 고등학교는 산업화 과정 속에서 기술인력 양성의 전초기지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식기반 사회로 접어든 이후, 이들 실업계 고등학교의 교육현장이 변화하고 있다. 아니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자, 아직도 변화의 격랑을 타고 넘는 실업계 고등학교. 그 뜨거운 교육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05년 5월, 교육혁신위원회와 교육부는 변화하는 교육환경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을 마련, 올해로 시행 두 해째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혁신방안이 지향하는 목표는 ‘일, 학습, 삶’이 하나 되는 직업교육의 실현. 이에 따라 ‘학교에서 일터로, 일터에서 학교로’의 원활한 이행을 통한 열린 직업교육 체제의 구축을 실현하자는 게 그 목표이다.

이를 위해 실업고의 교과과정 또한 산업체의 인력 수요 변화에 대비한 전면적인 개편 및 계열별 육성 전략을 마련, 현재 시행 중이거나 앞으로 시행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실업계고 교육정책의 변화를 계기로 최근 들어서는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진로 선택 이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 실업계고에 대한 학생들의 소신 지원이 조금씩 증가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2010년, 명문 특성화고 200개까지 늘린다!

 

현재 실업계 학교에 적용되고 있는 변화와 혁신 프로그램 중 가장 도드라진 것이 있다면 우선 ‘특성화 고등학교’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요구되는 고도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고는 소질과 적성, 능력이 비슷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처음 설립되기 시작하였다. 지난 1996년 2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 마련이 계기가 된 것이다. 그리고 3년 뒤, 부산 디자인고 등 4개 특성화고의 시범운영으로 그 첫선을 보였었다.

 

반면 2005년에 마련한 ‘직업교육체제 혁신방안’에서는 산업수요와 직결되는 명문 특성화고를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 그 주요내용이다. 곧 ‘지자체/산업체/정부부처’, 해당 시, 도 교육청, 특성화고 등 3자 협약에 의거하여 해당학교를 지정하고, 예산 편성 및 지원을 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지자체 협약학교’의 경우 지역별 핵심 산업, 전통산업의 육성을 도모할 우수 인력양성을 위해 해당 지자체가 실업고 특성화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또한 해당 직종에서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해서라면 산업체/직능단체가 실업고 특성화에 참여하고, 그 지원을 맡게 된다(산업체/직능단체 협약학교).

 

이와 같은 특성화고의 성공적인 운용 예를 한 번 보자. 마필관리 관련 특성화 학교인 한국경마축산고(교장 이종률)는 한국마사회 등 관련 단체와의 산학협력으로 일찍이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 예로 2005년 졸업한 경마축산고 학생의 경우 졸업생 전원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처럼 경마축산고 경우와 같은 특성화 고등학교는 학교기업 등 산학연계 강화로 현장 적응성이 높은 교육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선린인터넷고(교장 천광호)는 2004년 신입생 전형에서, IT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입학생 평균석차가 상위 27% 내외로, 일반계 고교보다 우수한 학생들을 대거 유치하기도 했다.

 

또 ‘산업체-실업계고-전문대학으로 연계되는 협약학과 사업’은 앞으로 실업계 학교에 또 다른 혁신의 바람을 불어오게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에겐 우수한 인력확보가 가능하게 하고, 또 실업계 학생들에겐 현장 중심의 교육은 물론, 진학과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해 준다. 오는 2008년까지 전개되는 이 협약학과 사업에는 현재 전국에서 44개 전문대학이 참가하고 있다.

 

2006년 8월 말 현재 운영되고 있는 특성화고는 전국에서 104개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교육부 과학실업교육정책과 김태운 교육연구사는 “교육부에서는 이들 특성화고 외에도 2010년까지 200개교의 명문 특성화고를 추가로 늘려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사는 또 “실업계 학교의 특성화고는 비교적 소규모에다 자율학교 지정 등으로 학교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며, 산학겸임교사의 임용 등 산, 학, 관 연계교육으로 자율적인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이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사장되기 창업대회’,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다!

 

지난 12월 9일, 서울 성동공고에서는 ‘제3회 실업계 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Be The CEOs)’가 열렸다. 실업고 재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및 창업 아이템을 발굴, 포상하는 이 행사는 학생들의 창업 마인드 제고를 위해 지난 2004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참가 학생은 창업할 아이템을 정해 사업계획서를 제출, 서면심사를 받은 뒤 2차 프리젠테이션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의 75개 실업계 학교에서 633명이 참가, 조기 창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심사 결과 경기도 일산정보산업고등학교 최아름(관광경영과 2학년), 최정미(관광경영과 1학년) 학생 등 20명이 산업자원부 장관상인 특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참가학생 중에는 음식 고유의 맛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주는 ‘참살이 정온장치(부산 대광공업고등학교 김재희 학생, 회사명 GL 코리아), 애견맞춤복(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안지영 학생, 회사명 스몰프렌즈) 등 일상생활에 요긴하게 사용될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제품으로 들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앞으로 교육부는 이 창업대회에 더 많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위해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중, 장기적으로는 우수 학생에 대한 해외 선진기업 견학 등도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기자는 지난 1월 12일, 이번 ‘사장되기 창업대회’에서 4명의 입상자와 함께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경기도 고양시 소재 일산정보산업고(교장 김영식)를 찾았다. 이곳 창업동아리 학생들을 만나 그들의 창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직접 확인해 보기 위해서였다. 일산정보고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동안 교육부와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비즈쿨(Biz Cool, Business+School) 시범학교였다.

 

창업동아리 ‘데님갤러리’를 시작으로 이곳서는 현재 4개(데님 외에 4YOU, 쿨비즈, CMC)의 동아리가 활발한 비즈쿨 활동을 전개 중이다(지난해 교육부와 중기청은 전국 80개 실업고의 250여 개 창업동아리에 대해 지원했다). 데님갤러리는 2003년부터 줄곧 대한민국벤처창업대전 참가, 제2회 청소년벤처모의창업게임 우수상 수상, 한일고교생 경제캠프 참가 등 활발한 창업 관련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실제로도 관련업체인 (주)럭스마일과 위탁가공 납품계약을 맺는 등 실업고 비즈쿨 교육의 모범적인 동아리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 학생들은 2003년부터 해마다 5월이면 전교생을 대상으로 창업관련 사업계획서 발표대회를 개최, 진정한 ‘기업가 정신’과 생산자적인 마인드를 배우는 자리를 마련해 오고 있다. 비즈쿨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창업교육부 오미숙 부장은 “4개의 창업 동아리에서는 학생들이 CEO, 재무, 마케팅, 홍보, 인사관리담당 등 실제 기업의 조직과 동일한 업무분장을 각각 나누어 수행하는 등 한층 진지하고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비즈쿨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했다.


‘기업가 정신’과 생산자적인 마인드를 익혀라!

 

가령 학기 초 동아리 신입회원을 들일 때는 어느 기업체의 신입사원 선발 면접을 방불케 하는, 엄정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하기도 한다. 실제로 칵테일 동아리 ‘4YOU’(4는 동아리가 지향하는 friend, funny, festival, free의 네 가지 뜻이라고 한다)의 CEO를 맡은 최아름 대표는 “지난해 1학년 학생들의 첫 인터뷰 때, 자신에 대한 표현력과 조직 활동에 대한 친화력을 검증하기 위해 춤도 직접 추어보게 하고, 1년 동안 열심히 활동할 각오가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발 들여 놓을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후배들을 강하게 교육시켰다”며 웃었다.

 

학기 초에 사업계획서를 마련한 일산정보고 학생들의 실제적인 사업 전개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사장되기 창업대회’에서 2명의 특상을 배출해낸 ‘4YOU’ 창업동아리는 교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칵테일 바를 운영, ‘무알콜 창작 칵테일’을 만들어 직접 판매도 한다. 데님갤러리 또한 청바지, 재킷, 가방류, 가죽제품 등에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솜씨로 아트 핸드페인팅을 한 작품을 친구들에게 판매한다. 학생들은 이때 창업에 들어가는 비용문제(학교에서 일부 지원된다), 마케팅, 홍보전략, 제품의 판매가격 결정 등 창업부터 제품의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결정한다.

 

오미숙 부장은 “지난해 창업 동아리의 사업성과가 좋아 연말 결산을 한 뒤 수익금의 일부는 불우이웃돕기에, 그리고 일부는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지급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형원 교무기획부장은 “일산정보고는 맞춤식 창업지도 외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은 지역사회 내에 있는 파주의 출판단지, 한류우드, 호텔업계 등으로 진출시킨 뒤 산학연계 프로그램으로 계속교육이 가능하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들려준다.

 

 


“중국인의 입맛 사로잡을 메뉴 만들래요”

최아름 학생(관광경영학과 2학년)

 

“저는 제가 사는 고장, 고양시가 ‘꽃의 도시’라는 데서 창업의 아이디어를 따왔어요. 아름다운 빛깔의 꽃잎으로 먹거리를 삼는 ‘먹는 꽃’이 제 창업 아이템이거든요. 외갓집이 꽃 농장을 하셔서 어려서부터 꽃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먹는 꽃’에 대해서는 그 동안 참 많은 생각과 자료들을 수집해 왔어요.”

 

이번 ‘실업계 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에서 아름이는 산자부장관상인 특상을 수상했다. 칵테일 창업

동아리 ‘4YOU’의 대표를 맡고 있는 아름이는 이번 출품작을 칵테일 대신 꽃 아이템을 선택해서 좋은 성적을 얻었다. 내년에 대학을 가고, 또 졸업한 후에 돈을 벌어 창업비용이 마련되면 반드시 창업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아름이. 그의 꿈은 사실 국내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가 생각해 낸 ‘꽃 아이템’으로 세계적인 식당을 운영해 보는 것이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한, 아름이의 첫 해외 지점 1호는 반드시 중국이 될 거란다. 이유는 단 하나. 중국요리만큼 다양하고 화려한 음식도 없는 데다, 세계적인 요리 강국에서 경쟁하며 글로벌 기업가의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다. 우리의 전통음식인 ‘꽃지짐’으로 중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그날을 아름이는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다.

 

 

 

 

                                         **일산정보산업고 최정미 학생이 만든 칵테일

 

 

“Take-out 칵테일 문화의 즐거움, 함께 나눠요”

최정미 학생(관광경영학과 1학년)

 

“칵테일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에게 무료 강의도 해 주고, 재료를 싸게 구입해서 집에서도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칵테일 비법도 나눠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칵테일과 친해지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폭넓게 칵테일 문화를 즐기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최정미 학생은 이번  제3회 ‘실업계 고교생 사장되기 창업대회’에서 Take-out 칵테일로 산자부장관상인 특상을 수상했다. 정미는 사람들이 흔히 칵테일은 가격도 비싸고, 성인들만 마실 수 있는 음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못된 정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해 보자는 취지에서 생각해 낸 아이디어가 바로 ‘테이크 아웃 칵테일’이다. 그래서 사업계획서의 목표시장도 초, 중, 고 학생은 물론이고, 남녀노소를 모두 아우르기로 했다.

 

성인을 위해서는 알코올 칵테일을, 청소년과 노인을 위해서는 영양 칵테일을, 또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무알코올 칵테일, 그리고 웰빙 시대에 안성맞춤인 웰빙 칵테일까지, 다양한 메뉴를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수용하기 위해 문화행사와 이벤트의 마련 등 정미는 고객만족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꼼꼼하게 기록해 놓았다. 더불어 고객에게는 언제나 ‘믿고 마실 수 있는 칵테일을 제공하는’ CEO가 되겠노라 약속했다.

 

<교육마당 21> 2007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