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 조치원대동초등학교
"쓰다 남은 색종이 한 장도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죠"
올 한 해 공주교대생들의 교육실습 대용학교로 지정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 조치원 대동초등학교. CCTV가 설치된 수업공개실과 학부모와 함께하는 ‘교수·학습 도움방’의 지원 등 ‘명품수업’으로 소문난 이 학교의 6학년 1반 수업시간에 참관해 보았다.
박은주 교사와 함께 하는 6학년 1반의 국어과 수업. ⓒ 오솔길
# 막 수업이 시작되었다. 조치원 대동초등학교(교장 신정균) 본관 3층에 있는 수업공개실. 이 교실은 대동초등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교실 천장에는 2대의 폐쇄회로 TV카메라와, 성능 좋은 마이크 3대가 설치되어 있다. 수업공개가 있는 날이면, 1층에 있는 소강당에 앉아서 여기서 이뤄지는 수업광경을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수업공개 날, 교실에서 모두 수용할 수 없는 인원을 위해 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올 3월, 우리학교가 공주교대의 교육실습 대용학교로 지정되면서 이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지요. 교실에서의 제한된 인원이 이 공간으로 인해 한 번에 160여 명 가까이 수업광경을 지켜볼 수 있습니다.”
대동초등학교에서는 수시로 수업공개가 이뤄지고 있다고 신정균 교장은 소개했다. 정기적인 수업공개는 연중 5회. 연초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공개수업, 각 학과별 동아리 수업모형 공개가 있다. 대동초에는 현재 도덕,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10개 과목별로 각각 교수·학습모형 개발을 위한 교사동아리가 구성되어 활동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공주교대 실습생과 함께 하는 세 차례의 공개수업이 추가로 진행된다.
‘명품수업’ 위한‘교수·학습 도움방’지원도 큰 몫
# 다시 6학년 1반 학생들의 국어과 수업이 진행 중인 수업공개실. 박은주 교사는 미리 준비한 공익광고 동영상 한 편을 학생들에게 틀어준다.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물부족 국가’가 주제다. 이어 두 번째로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은‘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 이날 학생들은 광고를 보고 문제점을 찾은 뒤, 그에 대한 해결방안까지도 함께 모색해 보는 게 수업의 목표다. 이혜진 학생은 “오늘처럼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영상을 보면서 수업을 하면 훨씬 재미있고, 또 친구들과 토론하는 시간도 즐겁다.”며 수업에 참관한 기자에게 귓속말로 전했다.
ⓒ 오솔길
이날 4명이 한 모둠인 학생들의 책상에는 초록색 바구니가 하나씩 놓여 있다. 수업에 필요한 학습 자료들이 담긴 것이다. 바구니에는 학습지, 포스트잇, 스티커, 펜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 학습 자료들은 학생들이 각자 준비해 온 것이 아니라, 바로 옆‘교수·학습 도움방’의 명예교사인 학부모 도우미들이 준비해 준 것이다. 학부모 도우미들은 매일 각 학급(각 학년별 10개 학급)의 수업시간에 필요로 하는 학습 자료들을 준비하여 교실까지 직접 가져다준다.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학생들이 학습준비물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많잖아요. 학년별로 학습 준비물을 준비하다 보면 중복되어 낭비요소도 많았고요. 이러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전 학년의 학습 자료들을 한 장소에 모아 집중 관리하는 곳이 ‘교수·학습 도움방’입니다. 각 교실의 수업에서 쓰고 남은 색종이 한 장도 버리지 않고, 다시 이곳으로 반납되어 다음 시간에 재활용됩니다.”
신정균 교장의 설명이다. 이‘교수·학습 도움방’은 문추인 교감의 아이디어 제안으로 처음 시작되었다고 신 교장은 소개했다. 이 학습 자료실은 양질의 수업준비를 위한 교사들에게도 더없이 유용한 공간이다. 이곳엔 전지 인쇄가 가능한 플로터, A3프린터, 복합기, 복사기, 코팅기, 그리고 잘 정돈된 자료제작대까지. 자료제작에 필요한 모든 장비와 비품을 갖추어 놓고 있다. 이용은 대동초 교사뿐만 아니라, 관내 다른 학교 교사들은 물론 공주교대의 실습 학생들에게도 모두 개방된다. 예전에는 대동초 바로 옆에 있는 연기교육청의 장비들을 활용하던 이들도 요즘은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학습 도움방’의 효율성이 충남 도내에 입소문이 나면서, 2009년부터는 충청남도교육청의 예산 지원으로 도내 16개교에 이 공간이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수업이 바로 ‘명품수업’
ⓒ 오솔길
수업시간에 쓰다 남은 학습교구들은
'교수·학습 도움방'에 반납하여 모두 재활용된다.
ⓒ 오솔길
“함께 일하는 스무 명의 도우미 어머니는 학교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으로 컴퓨터를 배운 분들입니다. 저희들이 공부한 것을 학교에 되돌려드릴 수 있으니 더욱 큰 보람을 느껴요. 특히 엄마가 명예교사가 된 이후로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걸 무척 좋아하고, 또 자랑스러워해요.”
도움방에서 만난 학부모 회장 이찬희 씨는 일주일에 한 번 오전(9시~1시까지), 혹은 오후시간(1시~ 4시 30분까지)에 이곳에 나온다. 주로 하는 업무는 자료실의 소모품 관리 및 정리정돈, 학습준비물 지원 및 대여, 교수·학습자료 제작 등이다. 문추인 교감은 “이곳은 학습 자료들을 쌓아만 놓는 ‘교수·학습 도움방’이 아니라, 그 물건들의 효율적 사용을 위한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학습도움방'에서 수업 준비물을 확인하고 있는
학부모 도우미 명예교사들. ⓒ 오솔길
'교수·학습 도움방' 모습(위와 아래 사진)
ⓒ 오솔길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로선 교수학습과 관련하여 최고의 영예라고도 할 수 있는 ‘수업명인’을 꿈꾸게 마련이다. ‘수업명인’은 도내 수업연구대회에서 1등급(명품교사)을 3회 이상 받게 되면 부여되는, ‘수업의 달인’이라는 명예. 대동초등학교에서는 올해 이 수업연구대회에 모두 11명의 교사가 본선에 참가했다. 타 학교에서는 한두 명도 배출하기 힘든 성적표이고 보면, 올 한 해 양질의 수업을 위한 대동초 교사들의 분발과 도전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공주교육대 후배 실습생들에게 좋은 수업풍토의 본보기가 되어 주려는 멘토로서의 자긍심, 학부모와 함께 하는 ‘교수·학습 도움방’의 지원 등 여러 가지 여건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변화였다고 신정균 교장은 평가했다. 대동초등학교의 이러한 변화들은 지난 6월, 충청남도교육청으로부터‘6월의 변화관리 우수학교’로 지정된 바 있다.
# 다시 수업 종료를 앞둔 시각의 수업공개실. 박은주 교사는 각 모둠별로 아이디어 회의를 마친, 자원재활용에 대한 광고 문구를 만들어 칠판에 붙이도록 했다. 아이들의 재치와 끼가 가득 담긴 카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중에서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한, 오늘의 우수카피는 이것으로 선정되었다.
‘일회용품, 당신을 환경파괴자로 체포합니다!’
ⓒ 오솔길
교육과학기술부 발간 <꿈나래21> 2008년 12월호
***
이날, 아이들에게
자원 재활용에 대해
하나라도 더 심어주시려 애쓰시던 박은주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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