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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프로
장타와 홈런, 그 왕들이 만났다!!
3전4기만에 일군 생애 첫 승이었다. 지난해 두 차례 연장에서의 아까운 패패. 그리고 지난 9월 20일, 여주에서 있었던 SBS코리안투어 메리츠 솔모로 오픈에서 다시 역전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었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 301야드. 2007․2008년 2년 연속 ‘장타왕’ 타이틀을 거머쥐고도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김대현 프로(21. 하이트). 그가 드디어 생애 첫 승을 이룬 것이다. 지난 9월 27일, 한국프로골프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다. 강원도 횡성 오스타골프장 남코스(파72·665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김대현 프로는 1타를 줄이며 합계 5언더파 283타로 정상에 올랐다.
‘홈런왕’과 만난 우연 혹은 필연
“바로 전 주에 있었던 솔모로 오픈에서부터 드라이버의 감이 좋아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에서는 첫째 날부터 우승 욕심을 좀 내기도 했어요. 자신감이 많이 생겼었거든요.” 스물한 살의 청년답지 않게 조용하고 차분한 말투였지만, 장타왕의 꿋꿋한 면모만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더군다나 장타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는 “왕과의 만남 덕이었다.”며 웃는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장타의 비결은 바로 ‘오른발의 힘’이었다. 김대현 프로와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와의 인연은 이미 언론을 통해 소개된 일화 중 하나다. 대구가 고향인 김대현 프로는 이승엽 선수와는 함께 체력보강 운동을 하면서 만났다. 오른발이 탄력을 받아 체중의 힘을 실리게 하는, 이승엽 선수의 독특한 타격자세는 다른 야구선수들과는 조금 다르다.
“어느 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골프에서도 야구의 타격 자세를 응용하여 체중을 싣는 방법을 알려주시더라고요. 그 이후 드라이버의 비거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프로골프의 장타왕과 프로야구의 홈런왕. 이 두 ‘왕의 우연한 만남’이 그에겐 시너지 효과의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드라이버 티샷을 300야드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 보내는 김대현 프로에겐 요즘도 웨이트 트레이닝은 필수라고 한다. 등과 배, 그리고 다리 등 전신의 근육을 강화하고, 늘리는 프로그램을 요즘도 거르지 않는 중이다.
김대현 프로에겐 올해 “골프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 또 다른 귀한 만남이 있었다. 지난 5월 21일과 22일 치러진 SK텔레콤 오픈 예선전. 이틀 동안 함께 라운딩한 최경주 프로와의 만남이었다.
“대선배님과 한 조여서 잔뜩 긴장을 하고 경기에 들어가야 했죠. 처음엔 최 프로님이 무뚝뚝하신 줄 알았는데, 무척 자상하시고, 후배들 긴장할까 봐 말씀도 재밌게 잘해 주셨어요.” 그러나 대선배로부터 김 프로가 무엇보다 크게 배울 수 있었던 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이었다. 또한 프로골퍼로서 그 동안 접해 보지 못했던 경기운영과 기술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다.
‘바람머리’를 한 패션리더
이번 첫 승이 있기까지 세 번의 준우승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깝고 아쉬웠던 경기는 단연 지난 9월 20일 끝난 메리츠 솔모로 오픈에서다. 그는 16번 홀까지 2타 차 단독 선두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까지 김대현 프로는 한 타 차 선두를 지켰었다. 그런데 바로 앞 조 경기에서 갤러리들의 함성과 탄성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라는 것. 바로 김대섭 프로의 경기조였다. 두 번째 샷을 그린 위로 올리지 못한 김대섭 프로의 17m 어프로치샷이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이었다.
“16번 홀을 끝내고, 다음 홀로 향하면서 슬쩍 스코어보드를 확인해 봤죠. 공동선두였어요.” 이후 17번 홀부터 마음이 바빠진 그는 쫓기듯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실수가 이어졌다. 결정적 뼈아픈 실수는 마지막 18번 홀에서 나왔다. 티샷을 그린 위에 잘 올린 김대현 프로는 무난히 파로 홀아웃 하는 듯 했지만, 1.5m 파 퍼트가 끝내 홀을 외면하고 말았다. 김대섭 프로의 올 시즌 첫 승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네가 올라올 줄 알았다.” 지난해, 김대현 프로가 연장전을 함께 치렀던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2차 대회. 그 마지막 라운드 챔피언조에서 김대섭 프로가 선전을 다지며 후배인 그에게 건네던 말이었다. 그와 김대섭 프로가 한 조에서 경기해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이렇듯 지난해와 올해, 유독 김대섭 프로와 결정적 순간의 조우가 많았던 김대현 프로다. “제 생애 첫 승을 자꾸 미룰 수밖에 없었지만, 김대섭 프로님은 참 배울 점이 많은 형이에요. 함께 경기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지난 9월 27일의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를 펼친 한민규, 류현우 두 선배들한테도 배운 점이 있었다. 우승을 다투는 긴장된 순간에도, 욕심 부리지 않고, 경기를 즐기면서 하더라는 것. 김대현 프로는 두 프로골퍼의 그 관록과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고 귀띔했다.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 대회 첫 승 후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는 농담처럼 한 마디 던졌었다. “저, 이제 ‘새가슴’ 아니에요!”였다.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물러나야 했던, 자신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두고 한, 호소 아닌 호소였다. 그는 인터뷰어가 조심스럽게 꺼낸 이 별명 이야기에 대해 “‘새가슴’이 어떻게 비거리 300야드의 장타왕이 될 수 있었겠어요?” 라며 펄쩍 뛰는 시늉을 하며 웃었다.
그런 그가 들려준 자신의 10년 전 별명은 ‘대발이’다. 물론 발이 커서였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그의 발은 275mm나 되었다. 또 요즘엔 워낙 멀리 쳐낸다 하여 ‘괴물 장타자’라는 별명도 하나 더 얻고 있다. 김대현 프로가 썩 마음에 들어 하는 별명 중에는 ‘패션리더’도 있다. 182cm 헌칠한 키에,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어도 잘 소화해내고,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듣곤 한단다. 2년 전부터 고수하기 시작한 일명 ‘바람머리’도 그만의 스타일을 구축해가는 데 한몫하고 있다. 이후 TV중계를 통해 그의 헤어스타일 변신을 지켜본 팬들로부터는 ‘야생마’로 불려지기도 했다. 이 역시 매우 흡족해 하는 별명 중 하나란다. 그러면서 그는 “프로골퍼에겐 이미지도 강력한 브랜드이자 경쟁력”임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내린 ‘자만 경계주의보’
그의 드라이버 거리는 현재 2위인 배상문 프로와 종종 비교되곤 한다. 드라이버 거리 301:291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52.38:47.99%. 두 개 항목 모두 김대현 프로가 앞서고 있다. 그러나 그린적중율(68.31:69.14%)과 평균 퍼팅수(1.83:1.77개)에서는 배상문 프로가 조금 더 좋은 기록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저도 김영일 프로님께 쇼트게임 특별지도를 받을 예정입니다. 아시안투어의 시드권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코리안투어에서도 우승 경험을 더 늘리려면 그린적중율은 더 높이고, 평균 퍼팅수는 더 줄여야 하니까요. 그리고 앞으로 3년 안에 반드시 미국투어에서 뛰고 싶기도 하고요.”
김대현 프로는 올해 남은 아시안투어에 특히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회에는 유럽 선수들의 참가율도 높아서 미국 투어로 진출하기 전, 그들과의 라운딩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이버 거리가 늘고 나서 그가 선배 골퍼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장타자에게 유리한 코스가 많은 미 PGA 진출을 서두르라는 주문이다.
“첫 승 직후 아버지께서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자만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도 하셨고요. 우승자에겐 그것을 지키려는 더 힘든 과정과, 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요.” 프로 데뷔 후, 제자리걸음처럼 되풀이되는 2위의 성적으로 고통의 시간도 보냈기에, 생애 첫 승이 더 기쁘고, 가슴 벅찼다는 스물한 살의 김대현 프로. 이제 우승의 짜릿한 맛을 느껴본 만큼, 어느 대회에서고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지난 메리츠 솔모로 오픈 이후부터는 그를 알아보는 젊은 여성 팬들도 부쩍 늘었다며 그는 활짝 웃었다.
<Klub KPGA> 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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