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에이스저축은행 몽베르 오픈 우승자, 이승호 프로
이승호(23. 토마토저축은행) 프로는 포천 몽베르 골프 코스와는 유독 인연이 많다. 프로 데뷔 5년, 지금까지 이곳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모두 톱10 행진이다. 2006년 몽베르 오픈서는 공동 9위, 2007년에는 공동 4위였다. 지난 6월 14일 끝난 에이스저축은행 몽베르 오픈에서 그는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이뤄냈다. 지난해 4월 에머슨퍼시픽 오픈 우승 이후 오랫동안 기다려온, 1년 2개월만의 정상 등극이다.
이 프로는 몽베르 골프 코스(파72. 7,198야드)가 그에게 유독 잘 맞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행운도 따르는 곳이다. 몽베르 오픈 마지막 날. 함께 라운딩한 권명호(25. 삼화저축은행) 프로와 후반 내내 1타 차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기를 치렀다. 이 프로에게 행운은 17번 홀(파3)에서 찾아왔다. 러프에서 길게 친 어프로치샷이 깃대에 맞고, 홀 옆에 ‘신들린 듯’ 멈춰 섰다. 멀리 튕겨나가지 않아 다행이었다. 덕분에 17번 홀을 그는 파로 막았다. 박빙으로 진행되는 게임에서 때로는 행운마저도 실력에 속한다고 했던가. 이번에는 승리의 여신이 이 프로에게 먼저 미소를 보낸 듯했다. 이어진 18번 홀, 경쟁하던 권명호 프로는 티샷이 아웃오브바운즈(OB)를 내며 크게 흔들렸다. 대회 마지막 날, 이승호 프로는 보기 없이 버디 6개로 마무리하며,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우승했다.
“참가선수 전원이 우승후보인 걸요”
6월 11일 대회 첫 날. 이 프로는 보기 3개와 이글 1개, 버디 7개를 뽑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몰아쳤다. 송진오 프로(21. 캘러웨이)와 공공선두였다. 7월 초, 이번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첫 날 경기를 마치고 우승을 어느 정도 예감했는지 묻자 “참가선수 전원이 우승후보인 걸요.” 했다. 지난 7개 대회 우승자의 이름이 모두 다르지 않느냐면서. 한국프로골프투어의 ‘군웅할거 시대’ 도래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 ‘일곱 영웅’ 중 한 명에, 이승호 프로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요즘 프로 선수들의 실력이라면, 대회 우승자를 예견하는 건 마치 신들의 영역이라는 이야기도 오간다. 그렇지만 첫날 이승호 프로는 “아이언샷과 퍼트 감각이 최상이다”며 우승하고픈 욕심을 모두 숨기지는 않았었다. 1라운드에서의 행운은 6번 홀(파5)이었다. 두 번째 샷 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15m 퍼트를 성공시켜 2타를 줄일 수 있었다. 이 이글 퍼팅으로 인해, 전반에만 4타를 줄이는 등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3라운드를 끝내고 공동 2위가 되었을 때, 이 프로는 비로소 “3승 달성의 가능성을 열어놓기 시작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2007년 시드를 확정짓고 난 뒤 제 골프스타일에 조금 변화를 주었었어요. 좀 더 공격적인 골프를 위해 스윙자세도 교정을 했고요. 그런데 그 변화에 무리가 있었나 봐요.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어요. 2008년 시즌 개막전인 에머슨퍼시픽 오픈 우승 이후 성적도 줄곧 좋지 않았고요. 제게는 슬럼프라면 슬럼프라고 할 수 있었죠.”
일본투어에서도 그는 조건부 시드로 2부 투어에서밖에 뛸 수 없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예전의 스윙자세로 회복되면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올 전반기 경기에서 톱10 진입 횟수도 늘어났다. 5월 중순의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8위. 뒤이은 SK텔레콤 오픈 공동 6위. 이 결과들이 지난 1년 동안의 슬럼프 탈출을 확인해 주는 인증서나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KPGA 상금랭킹 4위에 올라 있다.
이승호 프로는 2007년에 일찌감치 일본투어에 도전했다. 프로 데뷔 2년 만이다. 그리고 그해 일본골프투어(JGTO)의 신인왕은 그의 차지였다. 2005년의 장익제 프로, 2006년의 이동환 프로를 잇는, 3년 연속 한국인 골퍼의 일본투어 신인왕 수상이다. 이 프로는 일본 진출 원년에 JCB클래식, 미즈노 요미우리 클래식 두 대회에서 준우승하며 그의 이름을 알렸다. 또한 4차례의 톱10을 기록하는 등 일본에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냈다. 12개 대회에 참가하여 모두 컷오프를 통과하면서, 그해 일본투어 상금랭킹 31위까지 올랐다.
2007년 일본골프투어(JGTO) 신인왕 차지
“일본은 주니어 대회 때부터 참가한 경험이 있어요. 그로 인해 데뷔 첫 해에도 개인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일본 골프장의 코스도 저와 잘 맞아 적응도 쉬웠고요. 일본엔 국내처럼 20대 젊은 층의 선수들보다는 30~40대 중년층의 골퍼들이 주로 많은 편이에요. 지난해에는 제가 일본에서도 만족스런 성적을 내지 못했어요. 31위에서 70위권으로 밀려났으니까요.”
지난 6월 몽베르 오픈이 끝난 다음 주에 그는 일본엘 다녀왔다. 2부 투어의 대회참가를 위해서다. 결과는 호주, 타이완 선수와의 연장전 끝에 아쉬운 2위였다. 이 프로는 지금 9월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9월, 가평서 개최되는 삼성베네스트 오픈은 그에게 각별하게 의미가 큰 대회. 그가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이룬 곳이다. “얼떨결에 첫 승은 했지만, 하고 나니 비로소 우승경험이 있는 것과 없는 것, 그 차이가 경기운영과 마음가짐 모든 면에서 얼마나 큰 것인지 실감하게 되더라.”며 그는 웃었다.
오는 10월 말, 이승호 프로는 미 PGA 퀄리파잉 스쿨에도 참가한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첫 도전은 고3때였다. 고교생 골퍼였던 그는 “미 PGA는 웬만큼 해서는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충격을 받았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미 몇 년 전의 일. 최근의 정보들로는 한 번 도전해볼만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다고 했다. 이번 퀄리파잉 스쿨 참가를 위해 지난 3년 동안 와신상담, 미 PGA의 골프스타일을 따라잡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했다는 이 프로다. “이번에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미국의 드넓은 골프장에서 꼭 골프를 쳐보고 싶다며 계속해서 도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겨울훈련 프로그램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처음으로 추가했다. 사실 그 동안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가 미국 진출을 위한 제1조건이 체력보강이라는 선배 골퍼들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또 몇 년 전, 브리티시 오픈에 참가했다가 컷오프를 당하면서, 체력보강은 더욱 절실한 미션이 되었다. 영국에서 생전 처음 접해보는 거친 환경의 골프 코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은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브리티시 오픈에 함께 참가했던 최경주 프로님께서 제게 해 주신 말씀도 해외 투어에서 뛰려면 이동거리도 만만찮으니 체력을 더 기르라는 것이었어요. 음식 섭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하셨고요. 체력보강 문제는 지난겨울부터 집중 훈련한 효과가 요즘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것 같아요. 드라이버 비거리도 늘었고, 골프가 한결 쉬워졌다고나 할까요. 최근 들어 평균 비거리가 280야드 정도까지 늘었지만, 앞으로 20야드 더 늘리는 게 목표죠.”
"10년 후의 저요? 미국에서 골프하고 있을 거예요"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롤러스케이트 서울시 대표였다. 이제 프로골퍼에게 롤러스케이트는 다소 위험하지만, 가끔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한 번쯤 타보고 싶다는 이승호 프로. 운동에 재능을 보이던 그에게 골프를 권한 건 부모님과 롤러스케이트 코치 선생님이었다. 새벽에 부모님을 따라 두 달 정도 배운 후, 골프가 재미있다며 아예 어머니 골프채를 넘겨받아 치게 된 것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 아들에게 골프채를 빼앗긴(?) 어머니는 요즘 국내 대회가 있을 때마다 따라다니며, 아들의 선전을 응원한다.
‘하루를 쉬면 몸이 알고, 이틀을 쉬면 캐디가 알고, 3일을 쉬면 갤러리가 안다.’는 골퍼들의 훈련지침을 반드시 지키는 것. 그가 평소 훈련과정에서 엄격하게 지키려고 하는 철칙이다. 하루라도 쉬면 몸의 움직임이 다르다는 걸, 그의 몸이 말해주기 때문이다.
프로골퍼는 주말이면 늘 필드에 나가 있어야 하는 게 일이다. 하지만 일본투어에서 게임이 잘 안 풀릴 때, 3주 연속해서 주말에 쉰 적이 있었다. 이럴 땐 골프연습장에 나가는 것조차 꺼려지곤 한다. 어디선가 ‘저 선수, 어제 컷오프 당했군!’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기 때문이란다. 인터뷰어가 “올 전반기, 주말시간에는 주로 필드에 있었죠?” 하자, 지난 5월 말 순천 레이크힐스 오픈에서 이틀 만에 짐 싸서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때의 컷오프 탈락은 오랜만에 가져보는 꿀맛 같은 휴식이라 괜찮았어요. 골프라는 운동이 늘 변화무쌍하잖아요.” 그는 넉살좋게 웃었다. 게다가 이틀 후 그가 친형처럼 따르는 박재범 프로가 마지막 라운딩서 잘 치는 모습을 TV로 보며 응원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단다.
“저도 필드에 나가면 어린 후배들을 많이 만나게 돼요. 그 후배들에게 서두르지 말고, 지나친 욕심 부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골프는 욕심 부리면 더 안 되거든요. 저에게는 행운이 좀 빨리 와준 편이기도 한데, 인내하고, 기다리고, 또 연습에 소홀하지 않다 보면 후배들에게도 첫 승의 기회가 반드시 찾아오리라고 믿어요.”
KPGA 통산 3승의 '관록'이 묻어나는 이승호 프로가 막 프로골퍼의 길로 들어선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말이다. “아, 10년 후의 저는요? 그때쯤이면 미국을 오가면서 골프하고 있을 거예요. 저는 꼭 그렇게 되리라고 믿어요.” 그의 말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CLUB KPGA> 2009년 9월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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