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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오픈서 프로 데뷔 후 첫승, KPGA '대표 꽃남' 박상현 프로

어휘소 2009. 7. 1. 10:39

 

남양주 오월골프연습장에서...                                                                                        ⓒ 오솔길

 

“멋진 승부를 펼치는 두 선수, 모두 우승자예요.”

경기가 재연장전으로 접어들자 TV중계를 하던 SBS 김재열 해설위원은 이같이 말했다.

지난 6월 7일, 용인아시아나 골프장에서 있었던 금호아시아나 제52회 KPGA 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로 동타. 그리고 18번(파4) 홀 첫 번째 연장에서도 승부가 나지 않자 나온 말이었다.

이날 최종 라운드는 말 그대로 명승부였다. 위기인가 하면 곧바로 빠져나오고, 들어갈 듯 했던 공은 홀을 돌아 다시 나왔다. 연속되는 탄성과 아쉬움, 그리고 박수갈채를 이끌어낸 두 주인공은 박상현 프로(앙드레김 골프)와 홍순상 프로. 결국 홍순상 프로가 재연장서 파로 지키며 우승컵과 진한 입맞춤을 했고, 박상현 프로가 2위를 차지했다. 그 이튿날 오전, 남양주 오월골프장에서 준우승을 한 박상현 프로와 만났다.

 

“아쉽죠. 순상 형하고는 워낙 친한 선배이자, 공식 연습라운딩도 항상 같이 하기 때문에 어제 막상 칠 때는 몰랐는데, 하루 지나고 나니까 조금 더 아쉽기는 해요. 그렇지만 어제 게임을 잃었다고 낙담은 하지 않아요. 후반기 게임도 아직 많이 남았고요.”

 

지난 5월 24일, SK텔레콤 오픈에서의 감격적인 KPGA 투어 생애 첫 승(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 경험 때문일까. 메이저대회인 금호아시아나 KPGA선수권의 마지막 고비에서 아깝게 우승은 놓쳤지만, 박상현 프로는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그를 알아본 팬들이 “어제 경기 잘 보았다”며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런데 그에게 찾아온 이 ‘유명세’가 여전히 낯선 모양. 박 프로는 짐짓 쑥스러운 듯, 가벼운 미소로서 팬들의 인사에 답례했다.


 

SK텔레콤 오픈서 생애 첫 승

“둘째 날 예선을 34위로 통과한 뒤, 3라운드에서 제가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를 기록했어요. 그땐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일단 톱10 안에만 들자고 마음먹었죠. 그리고 마지막 날, 4언더나 5언더에서 우승자가 나오리라 예상했고요. 그래도 잠들기 전엔, 혹시라도 내가 최종 라운딩 후 연장전에 돌입하게 된다면? 첫 번째 티샷은 아이언을, 재연장까지 하면 두 번째 티샷은 드라이버를 잡자. 그렇게 제 나름대로 연장에 대비한 전략까지 미리 짜 놓았었어요.”

 

후반 라운딩에 들어가면서 4언더파의 그는 단독 2위까지 올라섰다. 박 프로의 예상은 거의 똑 들어맞았다. 그의 연장 두 번째, 결정적인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대신, 러프를 향해 날아간 점만 제외하면. 하지만 박 프로는 그 선택에 후회는 없단다. 두 번째 연장서는 그렇게 한 번 모험을 해보고 싶었다고. ‘챔피언 퍼팅’이 될 뻔했던 순간, 공이 홀컵을 스치고 나오자 "아, 이번에는 순상 형이 우승하라는 신의 계시구나!" 했단다. 더욱이 홍순상 프로는 워터 해저드에 빠져 1타 벌점을 추가하고도, 홀 가까이 공을 붙여 위기를 빠져 나왔으니 박 프로에겐 그런 생각이 들만도 했다. 그리고 또 첫 승 직후, 자만심에 빠지는 걸 경계하라는 2위였는지도 모르겠다며 그는 기분 좋게 웃어보였다. 자신의 그런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사고가 골프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단다.

 

 

                                                                                                                                    ⓒ 오솔길

 

“요즈음 감이 무척 좋아졌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어제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현재의 페이스 정도만 유지해도 만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올해 우승이 많으면, 내년  성적이 부담될 거 같아요(웃음). 그래서 올해 더도 말고, 꼭 2승만 더 했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지난 5월 24일, SK텔레콤 오픈 2009에서의 우승 소감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겐 무엇보다 귀한, 프로골퍼로서의 생애 첫 승이었다. 박상현 프로는 “이제는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그 다음 주인 5월 28일, 전남 순천에서 있었던 레이크힐스 오픈에 나가보니 많은 갤러리들, 기자들이 먼저 알아보고, 축하인사를 해 오더란다.

SK텔레콤 오픈 기간 내내 언론의 포커스는 단연 디펜딩 챔피언인 최경주 프로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최경주 프로의 무게감에 비해, 무명에 가까웠던 박상현 프로의 우승은 골프계도 놀라게 했다. 언론에서도 ‘깜짝 우승’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세상에 알렸다. 그 우승으로 인해 박상현 프로는 상금 랭킹도 단번에 1억3천122만원으로 뛰어올라, 배상문 프로에 이은 2위가 되었다.

 

“시상식에서 최경주 프로님께서 재킷을 입혀주시는데 너무 얼떨떨하고, 어리둥절했어요. 그 때는 전혀 실감이 나질 않더라고요. 최 프로님께서 제게 ‘잘했다고, 멋진 플레이 보여주어서 고맙다’고 말씀하실 땐 감격스러웠죠.”

 

박 프로가 가장 ‘좋아하는’ 선배 골퍼가 바로 최경주 프로다. 한국에서 최고 실력의 소유자이자, 멋지고 힘 있는 게임을 펼치는 선배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가 들려준 이유다. 또한 박 프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는 최상호 프로. 아버지뻘 되는 연세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에서는 결코 흔들림 없는, 그 집중력을 꼭 닮고 싶은 분이란다. 젊은 선수들도 대회 한 번 치르고 나면 체력이 모두 소진되곤 하는데, 최상호 프로의 늘 건재한 모습은 어린 후배로서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 오솔길 


 

형과 함께 이룬, 금호아시아나 메이저대회 ‘값진 2위’

 

“그럼요. 아버지께 모두 드렸지요.

SK텔레콤 오픈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상금의 쓰임새를 묻자, 그는 모두 아버지께 드려야 한다고 했었다. 이제껏 자신에게 투자한 것을 갚으려면, 한참 모자란다는 너스레로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그였다. 박 프로와 2주 전의 그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번에도 똑같은 질문을 그에게 했다.

 

“이번에 우승하면 아버지께 승용차 한 대 사드리자고 형과 약속을 했었어요. 특히 이번 금호아시아나 대회에서는 형이 직접 캐디까지 맡아 주었거든요. 아버지는 트럭을 운전하고 다니세요. 가구사업을 하시거든요. 예전부터 우승상금 받으면 승용차를 한 대 꼭 사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저에게는 대회에 참가하려면 지방으로 멀리 원정도 다녀야 하니까, 안전한 차를 타야 한다며 좋은 승용차를 사 주셨던 터라 늘 마음에 걸렸거든요.”

 

이번 금호아시아나 선수권은 마치 가족 소풍가듯, 부담 없이 치른 것도 박 프로에겐 색다른 경험이 되었다.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남양주에 있는 집에서 편한 잠을 자고, 식사를 하며 가족들과 함께 용인의 골프장을 오간 것이 심리적인 안정을 준 것 같다고. 박 프로의 골프와의 인연은 올해로 13년차다. 중학교 1학년인 1996년, 아버지 박주식 씨의 권유로 골프를 처음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달만 약속하고 아버지를 따라 갔어요. 그렇게 한 달을 배우고 나니까 주변에서 제게 스윙이 좋다며 칭찬을 하는 거예요. 또 한 달을 해 보니까, 실력이 더 늘고. 넉 달째가 되자 아버지께서 ‘골프 계속 해 볼래?’ 하셔서 하게 됐죠.”

 

그 후 13년 동안 골퍼로서 차곡차곡 단계를 밟아올 수 있었다. 처음 배운 1학년 때보다, 2학년 때가 나았고, 그리고 그 다음에 더 실력이 늘어가더라는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제주도지사배 우승(2001년), 경희대 총장배 우승(2001년), 대학연맹 개인전 우승(2002년) 등을 경험했다. 프로테스트를 통과한 뒤 2005년 루키 해, 다음해 풀시드 출전권을 받을 정도로 선전하여 신인왕도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2006년 6월 군 입대 영장이 나오자 미련 없이 군복무를 선택했다. 그 당시에는 10여 년 동안 골프만 치고, 골프 생각만 하다 보니 무작정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단다.

 

군대에서는 골프 생각을 전혀 안 할 정도로 다양한 취미를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나 행복하고, 또 좋았다는 박상현 프로. 2007년 11월에 잠깐 휴가를 내 참가한 시드 선발전을 당당히 통과한 그는 2008년 KPGA 출전권을 비로소 얻을 수 있었다. 제대 이후 후반기부터 투어에 참가한 그는 11월에 있었던 KPGA선수권서 연장전 끝에 아깝게 2위를 하며 빠르게 복귀무대에 적응해 왔다. 이 성적으로 올해 풀시드도 거머쥘 수 있었다.

 

                                                                                                                                 ⓒ 오솔길

KPGA '대표 꽃남'

 

“저는 지금도 천천히 밟아가며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보강해야 할 것도 많고요. 스윙도 더욱 안정되게 만들고, 구질도 마음먹은 대로 칠 수 있도록 하고 싶고요. 퍼팅은 늘 꾸준히 연습해야 해요. 올 봄엔 인천 스카이72G.C에서 주로 연습했는데 만족스러웠죠. 아침 6시 반부터 전지훈련처럼 맹연습을 했어요. 오전 쇼트게임을 주로 하고, 벙커샷, 퍼터 연습이 특히 제게는 유익했던 것 같아요.”

 

프로골프계의 공인된 ‘꽃미남’ 세 사람. 김형성, 홍순상, 그리고 박상현 프로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기에 요즘 성적까지 좋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세 사람은 골프 팬의 영역을 남성 중심에서 20~30대 여성에게까지 확장시켜 놓았다. 박 프로는 “순상 형이 그중 가장 잘 생겼죠?” 라며 웃는다. 또 “형성 형은 항상 웃는 얼굴이 좋아 보여요.” 그런 김형성 프로로부터는 올해 초,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마인드컨트롤과 마음공부, 책읽기 등 직접 들은 조언들이 이후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고마워했다. 요즘 라이벌로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배상문 프로와도 절친하다는 박 프로는 “상문이는 스윙도 좋고, 거리도 많이 나가며, 참 잘 친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좋은 선수”라고 치켜세운다.

당장 박 프로의 목표는 첫 승의 여운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번 우승의 기쁨을 맛보는 것. 그리고 국내 투어에서 좀 더 실력을 다진 뒤, 해외 투어에도 도전할 생각이다. 앞으로 2~3년 후 일본투어에서 경험을 쌓은 뒤엔, 미국 투어에서도 당당히 겨뤄보겠다는 각오다.


<club KPGA> 7월호 인터뷰

 

                                                                                    ⓒ 오솔길


 

"언제 시간 있을 때, 더 멋있게 다시 만들어볼까 해요. ㅎㅎ"

오래 전에 만들어둔 거라며,

 사인을 하면서 무척 쑥스러워했던 박상현 프로다.

 

박상현 프로, 올해 목표한 3승 꼭 이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