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b KPGA> 사진
프로골퍼 조철상
'팬텀오픈의 사나이', 새로이 길을 묻다
오는 5월이면, 그는 다시 새로운 무대에서 티오프를 하게 된다. KPGA 챔피언스 투어 대회에서다. 프로골프 경력 27년. KPGA 통산 7승. 우승 경력으로 치면,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이 ‘새내기 아닌 새내기 골퍼’는 올해 시니어 투어에 첫 참가하는 조철상 프로(51)다. 시니어 투어 데뷔전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는 “지난 1982년 프로선수가 되고 첫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큼이나 설레고, 또 기대도 크다.”고 화답했다.
조철상 프로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런저런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많은 투어에 참가하지 못했다. 2008년 2회, 그리고 2007년에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심기일전, 시니어 투어 5개 일정 출전은 물론, 몇몇 정규투어에도 나갈 계획이다. 지난 2월 12일, 경기도 분당에 있는 남영골프랜드 그의 사무실에서 조철상 프로와 마주앉았다. 그로부터 또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는 각오와, 프로골퍼로 살아온 지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체력은 자신 있어요. 요즘도 매일 9시 전후면 이곳에 나와 체력훈련을 거르지 않고 있습니다. 골프라는 운동이 목표를 정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룰 수 있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것이 저를 골프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기도 했고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다시 서게 된 만큼 새로운 각오로 시니어 투어 대회에 임하려고 합니다. 최상호 프로처럼 정규투어에도 두어 게임 더 나갈 계획이고요.”
'팬텀 사나이' , 형과의 라운딩에서 승리하다
조철상 프로는 한때 이름 석 자보다 ‘팬텀오픈의 사나이’로 더 유명했다. 82년 말 프로 데뷔 이후 일군 첫 승이 팬텀오픈이고(85년), 이어 87년과 90년, 세 차례나 이 대회에서 우승한 인연 덕분이다. 프로테스트 다섯 번째 도전 만에 입문한 프로골퍼로서의 삶. 당시 그는 스스로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했다. “3년 안에 어떤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 땐 결단을 내리자”고. 그가 목표한 결과는 물론, 우승이었다. 하지만 대회에 나갈 때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간절히 원하는 만큼 우승의 길은 험하고도, 또 멀어 보였다. 그러던 중 2년 반 만에 우승한 것이 팬텀오픈이었다.
“프로 생애 첫 승의 소감이요? 물론 기뻤죠. 제 스스로가 대견스러웠어요. 이제부터는 곁눈 없이 프로골퍼로서의 삶을 살아가라는 계시처럼 여겨졌어요.”
1976년 고교 2학년 무렵, 형을 따라 종종 골프장에 놀러 다니던 그가 처음 골프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형은 반대했다. 골프선수에겐 강한 정신력과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기본적인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프로골퍼로서의 길을 준비하던 형 조호상 프로는, 고집을 꺾지 않는 동생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할 수 있겠다는 능력을 보여주면 그때는 허락하겠노라는.
“당시에 저희 집이 옥수동에 있었어요. 저는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집에서부터 남산 팔각정까지 뛰었어요. 형님에게 제 단단한 체력과 결연한 의지를 보여드렸죠. 그렇게 1년 가까이 뛰었을까. 마침내 형님이 제게 열심히 해보라며 클럽 하나를 건네주시더라고요.”
그때 선물 받은 클럽이 아이언, 5번이었다. 30여 년 전, 골프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신이 났던 조 프로는 맨땅에 선을 긋고, 또는 홀컵처럼 작은 구멍을 만들어 공치는 연습을 했다. 이후 모두 프로가 된 형제는 대회에서 우승을 놓고 서로 겨룬 적도 있었다. 생애 두 번째 우승을 형과의 멋진 승부에서 일궈냈다. 86년 10월 11일 치러진, 프로골프 토너먼트 대회에서다. 봄부터 가을시즌까지 연속해서 치러지는 매치 플레이, 그리고 스트로크 방식의 경기였다. 대장정의 종지부를 찍는 대회 마지막 날, 최종 결선에서 만난 선수가 형 조호상 프로였다. 18홀까지 동타가 나와 연장까지 이어진 이 경기에서 조철상 프로가 형님을 제치고 우승했다. 조 프로는 “제 실력보다는, 이미 여러 차례 우승경험이 있는 형님이 저를 많이 봐주신 경기나 매한가지였다.”고 웃으며 회고했다.
‘3주 연속 우승 대기록’의 아쉬움
1991년은 조 프로의 골프인생에서 결코 잊히지 않는 한해다. 그해는 그에게 더없이 영예로운 해이자, 가장 아쉬운 한 해였다. 그해 2승을 거둔 반면 3주 연속 우승이라는, 국내 골프 역사에 남을 만한 대기록을 아깝게 놓쳤기 때문이다. 아쉬웠던 그 경기는 대회의 셋째 날까지 6타를 뒤지던 그가 마지막 날 9번 홀까지 선두와 동타를 이루면서 박진감을 더했다. 전반 홀을 마친 결과, 선두 곽흥수 프로와 동타. 이로써 대역전의 기회를 잡나 싶었다. 하지만 15번 홀인가, 후반 라운딩에서 보기로 실수를 하면서 그는 아깝게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한 해 동안 치러지는 대회가 그리 많지 않은 시기였기에, 그는 놓친 우승이 더욱 아쉬웠다. 그 후 어느 해인가, 최경주 선수가 우승한 SBS최강전에서도 마지막 홀에서 1미터 거리 퍼팅을 놓치면서 아깝게 2위를 한 기록이 있다. 그때 그 공은 묘기를 부리듯, 홀컵을 한 바퀴 돈 뒤 떨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조 프로는 물론 갤러리들의 입에서도 아쉬움의 탄성이 새어나왔다.
그는 최경주 선수를 비롯하여 현재 해외 투어에서 뛰고 있는 후배 골퍼들이 자랑스럽고, 또 부럽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도 미국 PGA에서 뛰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한차례 있었다. 프로에 갓 입문한 뒤의 일이었다. KPGA에서 주선하는 골프 꿈나무 후원 프로그램으로 임진한・김철중 프로와 함께 LA지역으로 전지훈련을 갔을 때다. 한 지인으로부터 그곳에서 골프를 새로 시작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때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귀국길에 올라야 했었다. 그때 미국에 머무는 두 달 동안“한국이라는 나라에서도 골프를 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들어야 했다. 그만큼 당시 우리나라는 골프의 미개척지였다. 그때를 떠올리며 요즘 후배들이 미국 투어에서 선전하는 걸 지켜보노라면, 그는 격세지감마저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선배 골퍼로서 그는 후배들에게 골프에서의 길은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고 조언한다. 한 가지 길, 혹은 방법만을 고집하지 말라는 지적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놓이게 될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충분한 연습과 경험을 축적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의 기억인, 이른바 징크스를 훌훌 떨쳐내는 것도 좋은 골퍼가 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그래야만 경험이 적은 신예 선수들이 빠지기 쉬운, 슬럼프 탈출도 쉬워진단다. 조 프로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돌아갈 줄 아는 여유,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조철상 프로의 자동차엔 27년째 내려놓지 않는 클럽 하나가 실려 있다. 지난 82년 프로입문 테스트와 85년 팬텀오픈 첫 우승 당시 사용했던 클럽 중 하나로 샌드웨지다. 그 후 대회 때마다 이 클럽을 사용하면서, 클럽헤드 부분도 많이 마모가 된 상태다. 대회 참가횟수가 더해지면서 여러 차례 클럽도 바뀌었지만, 이 샌드웨지만큼은 조 프로의 분신처럼 꼭 빼놓지 않고 가지고 다닌다. 그러다가 가끔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는 ‘다시 한 번만 써 볼까’ 그런 생각도 들곤 한다며 조철상 프로는 웃는다.
“제 골프인생에서 홀인원은 모두 8번 정도 한 것 같아요. 그때마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들지요. ‘거 참, 대회 때 나와 주었으면 더 좋았을 걸’ 하고요(웃음).”
이제 막 시니어 투어에 도전장을 낸 조철상 프로. 그에게는 직업도, 취미도 모두 골프였다. 선수생활로 한창 바쁠 땐 일 년 사계절이 어찌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되돌아보니, 아내와 가족들에게는 무척 미안한 시간들이었다고. 따라서 요즘엔 그는 시간 날 때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자주 떠나곤 한다.
이제까지 그가 세운 기록 중에서는 6연속 버디 게임, ‘노보기 게임’ 등이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단다. 노보기 게임은 90년 8월, 팬텀오픈에서다. 4라운드 경기 내내 세운 노보기 게임은, 조 프로가 세운 국내 최초 기록이다. 올해로 시니어 투어 1년차를 맞이하는 조철상 프로. 그는 현재 이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프로골퍼로서의 길을 묵묵히 가고자 하는, 소박한 꿈을 꾸는 중이라고 했다.
<Club KPGA> 200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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