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산책

바람을 가르는 새처럼....스카이다이버들의 세계 속으로!!

어휘소 2009. 12. 8. 16:56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 사진

 

 

 

"바람을 가르는 새처럼,

몸도 마음도 자유로워져요!"

 

 

“스카이다이빙을 하십시오!

왜냐하면 당신은 늙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국제조직인 ‘40세 이상 스카이다이버들의 사회’의 슬로건이라고 한다.

한 마리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던 오랜 꿈.

그 꿈을 실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처음엔 파일럿이 되기 위한 준비로 스카이다이빙을 시작했죠.

비행기 조종하고, 곡예비행을 하려면 낙하산 탈출법은 필수로 익혀놓아야 하니까요.

그런데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다 보니 파일럿 대신 이 종목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게 됐죠.

비행기에서 뛰어내려, 하늘에 떠 있다 보면 그 어떤 긴장감으로부터도 자유로워져요.

불과 몇 십초에 불과한 시간인데도 말이죠.

흔히 하는 말처럼, 한 마리 새가 되었다는 느낌이 절로 들게 되지요.”

 

올 초부터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주현 씨는 이제까지 350여 차례 점프경험이 있는 베테랑 다이버다. 지난 97년 입문 이후, 지금까지 스카이다이버로서 다양한 항공행사에 참여해 왔다. 지난해 참가한 건군 60주년 기념행사는 협회 차원으로도, 또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자 보람이었다. 60명의 스카이다이버가 함께 ‘60’이라는 숫자의 대형 짓기가 그날의 미션이었다. 스카이다이빙협회에서는 15명이 이 행사에 참가했다.

 

“스카이다이빙 동호인들을 위한 국내 여건은 여전히 좋지 못합니다.

전용 드롭 존도 더 있어야 하고, 항공기 임대도 좀 더 쉬워졌으면 하고요.

앞으로 회원들이 보다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강하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지요.”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 사진

 

 

지난해 봄, 최순욱 명예회장의 회갑연을 후배 스카이다이버들이 함께 모여 축하하는 강하모임을 연 것이 기억에 남는다는 조주현 회장. 늦은 오후,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인터뷰어가 “많이 바쁘시죠?” 하자,

“제가 요즘 재즈 색소폰을 배우는 중인데, 그곳에서 약속이…….”

사무실을 함께 나서며 그는 약속시간에 늦은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코발트빛 가을하늘 아래에서 흐르는 재즈의 선율.

그러고 보니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그와 꽤 어울릴 법한 가을날의 조합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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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스카이다이빙이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건 1950년대 후반, 조종사 생환구조학교 프로그램에 의해서다. 이후 1964년, 주한 미 병사였던 케네스 P. 톰슨과 한국인 몇 명의 주도로 클럽이 만들어졌고, 비로소 일반인과 대학생들에게도 스카이다이빙이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1988년 9월 17일. 이날은 대한민국 스카이다이버들이 추억하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하늘과 땅, 그리고 강 위에서 펼쳐졌던 화려한 축제의 현장. 이 날은 바로 88서울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날이다. 이날 잠실벌의 상공을 수놓았던 대한민국 스카이다이버들은 올림픽기를 펄럭이며, 잠실올림픽스타디움에 새처럼 내려앉았다. 미션 성공. 세계의 수십억 시청자가 라이브로 지켜보는 앞에서 펼쳐진 멋진 강하였다.

 

 

 

                                                                                                               한국스카이다이빙협회 사진

 

 

 

하나, 둘, 셋, go!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 강하장. 이곳은 우리나라 스카이다이버들이 꿈을 좇는 장소다.

매달 두 차례, 스카이다이빙협회 회원들은 이곳에서 정기 강하모임을 갖고 있다.

지난해까지 항공기 임대가 쉽지 않아 미뤄오던 일이었다.

올 초 조주현 회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강하모임을 정례화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현재 협회 등록된 회원 수는 600명 남짓. 이중에서 정기 강하모임에 참가하는 회원은 약 100여 명 정도 된다.

이 중엔 여성도 10명 정도가 꾸준하게 참가한다.

 

 

스카이다이빙은 항공기나 기구 등을 이용하여 일정 고도에 오른 뒤, 허공으로 뛰어내려 자유강하를 하면서 계획된 동작을 수행하는 항공스포츠다. 규정 동작이 끝나면 정해진 안전고도에서 낙하산을 펴고 착지하는데 보통 3천 미터 상공에서 강하하여, 낙하산은 800미터 고도에서 편다. 요즘은 초보자들도 신청하면 고공강하 체험을 할 수 있다. 교관과 한 조를 이루는 텐덤(tandem, 경험이 부족한 사람을 안고 뛰어내리는 것) 강하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강하 지역은 전선, 탑, 물 등의 장애물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스카이다이빙은 장소 제한이 크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현재 회원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는 미사리 외에도 전남 고흥, 강원도 양양비행장도 종종 이용되곤 한다.

강하에는 기상도 큰 변수가 된다. 일단 상공에서 지면이 30% 이상은 보여야 강하할 수 있다.

요즘엔 항공기를 임대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하루 이용하는 데 보통 1천만 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된다.

이마저도 지난해까지는 띄울 수 있는 기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강하기회를 좀처럼 가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작년부터 헬기를 새로 장만하는 전국의 지자체가 늘어나면서 항공기 임대가 수월해졌다.

 

 

한국스카이다이빙 학교 내년 재오픈 계획

 

조주현 회장은 “내년, 혹은 빠르면 올 하반기 중에 한국스카이다이빙 학교가 다시 문을 열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20명 정원으로, 교육기간은 6개월 코스다.

 

‘한 번쯤 도전하고 싶지만, 과연 안전할까?’ 스카이다이빙에 관심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질문일 것이다. 스카이다이빙은 강하할 때 2개의 낙하산을 착용하는데, 1개는 주낙하산이 펴지지 않을 때를 대비한 예비용이다. 하지만 2개의 낙하산이 모두 펴지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전무하다는 게 조주현 회장의 설명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서는 일정한 고도가 돼도 낙하산을 못 펴는 경우를 대비하여 자동으로 펴주는 자동산개기(AAD)까지 장착하므로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훨씬 더 적어진다.

 

스카이다이빙 역시 매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올해 대회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될 예정. 우리나라도 매해 참가는 하고 있지만, 아직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조 회장의 설명이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아무 곳에서나 강하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텐데 아쉽죠.

세스나기와 같은 소형 기체를 활용해도 좋은데 이마저도 띄울 공간이 마땅치 않아 안타까워요.”

 

조 회장은 이런 사정 때문에 종종 회원들과 함께 미국이나 호주 등지로 강하 원정을 떠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스카이다이빙 경기는 대개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대형을 만드는 것으로 치러진다. 4명(혹은 8명)의 선수가 기체를 이탈한 뒤 다이아몬드, W, C, T자 모양 등 대형을 누가 빨리 짓는지 승부를 가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낙하산을 조종하여 목표지점에 가장 가까이 착지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정밀강하, 스타일(자유강하하면서 좌, 우 회전과 뒤로 넘기 2회 반복하기를 가장 단시간에 수행), 카메라맨과 한 조가 되어 공중 발레를 하며 가장 예술적인 동작을 연출하는 팀을 가리는 프리스타일, 낙하산 대형 만들기, 스카이서핑, 프리플라잉 등 다양한 종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