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비 사진
“FAI 사업개발과 스카이다이빙 올림픽 종목 채택 서둘러야지요”
국제항공연맹(FAI) 이종훈 집행이사
소년은 파일럿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그 소년의 눈에 비친 낙하산이 더 멋지게 보이기 시작했다.
소년은 낙하산 대신, 우산을 펼쳐들고서 하늘을 나는 꿈을 키워갔다.
그렇게 망가뜨린 우산만도 헤아릴 수가 없었다.
소년은 중학생이 되자 좀 더 하늘 가까이 가기 위해, 낙하산을 들고 산으로 가 놀았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이 모험심 가득했던 소년은 우산 대신, 낙하산을 펼치면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스카이다이버가 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소년은 어른이 된 뒤 항공스포츠를 다루는 최고 국제기구,
국제항공연맹(FAI) 집행이사로 선출되었다.
그는 또 국내로는 대한민국항공회 부총재직도 겸임하고 있다.
(주)씨피에스텔레콤 대표이사 이종훈 회장(49). 그의 하늘로 향한 도전 이야기이다.
스카이다이빙 4360여 회 점프기록 ‘최고’
“제가 스카이다이빙을 처음 배울 때만 해도 교육기관이 따로 없었어요. 고한수, 최희용, 김용진 선배님 등의 도움으로 배울 수가 있었지요. 그때는 더구나 강하장과 항공기 임차여건이 좋지 않아 점프할 기회조차 쉽게 만들지 못하던 때였죠.”
그는 곧바로 스카이다이빙학교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정규교육을 받은 뒤 라이선스는 물론, 최단기로 교관자격증, 그리고 시험관 자격증도 함께 따서 돌아올 수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1992년 그가 먼저 한 일은 스카이다이빙학교를 세우는 일이었다. 이어 점프추진을 위한 항공기 도입에 나섰으나, 관련법규와 엄격한 규제 때문에 좀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으로 민간 항공사업자로부터 점프 추진을 위한 항공기 임차를 할 수 있었지요. 허가 받는 데만 5~6개월이 걸렸어요. 그 전에는 군 훈련기를 어렵게 빌려서 점프를 했었는데, 길이 한 번 열린 이후로는 한결 쉬워졌죠. 점프할 때의 그 기분은, 한마디로 상쾌함 그 자체죠. 산에만 올라가도 툭 트인 느낌이 좋은데, 하늘 위로 올라가면 어떻겠어요? 땅에서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이 있지요.”
처음 오르는 사람은 극도의 공포감도 들게 마련이지만, 그마저도 즐길 수 있게 되더라는 그의 소감이다. 어느 정도 점프 경험이 쌓인 후에는 하강시의 빠른 속도감, 자유로운 해방감, 그리고 예술감을 함께 즐기게 된단다. 그는 이제까지 미국 낙하산협회 2000회(다이아몬드 윙)를 합쳐, 모두 4360여 회 강하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군에서의 밀리터리 점프를 제외하면, 민간인으로는 최고의 점프 횟수이다.
그가 의욕적으로 만들었던 한국스카이다이빙학교는 현재 잠시 문을 닫은 상태. 곧 다시 굳게 닫힌 빗장을 열어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종전과는 다르게, 교육 서비스의 질을 보다 강화한 전문학교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려면 항공기의 안정적인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항공기 확보가 어렵다 보니 동호인들이 주로 미국, 유럽, 호주, 중국, 중동 등지로 점프 원정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스카이다이빙학교 차원에서도 중국과 호주 등의 항공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를 하기도 했고요.”
2009년 9월 인천에서 열렸던 제103차 FAI 연차총회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항공스포츠 지역격차 해소 기여
이종훈 부총재는 지난해까지 아시아-오세아니아 낙하산연맹 회장직도 함께 수행해 왔다. 회장 재임기간 동안 그의 리더십이 발휘되면서 조직이 확대 개편되고, 활동도 더욱 다양해졌다. 종전까지 국제낙하산협회의 지역격차는 심한 편이었다. 주로 유럽이나 미국 중심으로 편향돼 있었던 게 사실. 이 부총재는 우선 이 같은 지역격차의 해소를 위해 뛰어야 했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남미, 아프리카 지역 등은 여전히 스카이다이빙 등을 비롯한 항공스포츠 부문에서 활성화가 덜 진행된 곳들이지요. 그런데 제가 회장을 맡아오면서 이들 나라를 포함하여 현재 회원국이 29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5년 전에 FAI 정식 승인도 받은 지역 국제단체가 되었고요. 1년에 한 번씩 챔피언십 대회를 열어 자격을 갖춘 심판 양성도 하고, 회원국들 간의 기술과 정보들도 서로 교환합니다. 앞으로 항공스포츠 부문에서의 발전은 아시아 지역이 중심이 되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현재는 이 낙하산연맹의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있으면서, 나라의 경계가 없는 항공스포츠 구현을 위해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현재 그가 맡고 있는 국제항공연맹 집행이사는 모두 6명으로 구성되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이 부총재가 유일하다. 처음에 출마 제의를 받았을 때는 몇 차례 고사도 했었다.
“다른 이사님들은 모두 60대 초중반의 연령대이시죠. 그런데 현 FAI 총재님의 강력한 권유도 있고 해서 나가게 되었지요. FAI 집행위원회에서 현재 제가 맡은 역할은 사업개발과 비활성화 된 지역의 멤버 강화, 그리고 국제 올림픽 종목 선정과 관련된 업무입니다. 주요 핵심 내용을 보면, 이제 FAI도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사업들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 진보적인 제안을 이미 재작년에 내놓은 바 있다. 이 안건들은 오는 5월에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집행이사회에서 더욱 심도 있게 다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 “FAI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영리 목적을 추구해 오던 IOC가 올림픽 중계권 등으로 막강한 금력과 파워를 가졌듯이, FAI도 자체개발한 수익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항공스포츠의 발전이 있으려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종목에 반드시 채택이 되어야 합니다. 지난 베이징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스카이다이빙이 논의된 적이 있지만, 주최국의 홈 어드밴티지 때문에 우슈가 선정되었지요. 스카이다이빙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고, 연습장만 확보된다면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메달권 진입이 가능한 종목이지요.”
FAI 임원으로서 그는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모형항공 등 모두 올림픽에 채택될 가능성이 많은 종목들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한 부총재로서 항공회의 위상과 비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처럼 일반항공이 발전되어 있지 않다.”면서 “이와 관련한 법규가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한다. 또 “‘항공’과 ‘스포츠’ 부문의 구분을 위해 항공회의 소속 주무부처도 각각 국토해양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되어야 한다.”는 견해다.
“항공회와 같은 모(母)단체는 지속적인 사업개발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면서 산하단체를 지원해야 합니다. 종전까지는 항공회가 이러한 ‘큰집’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 오지 못했지요. 앞으로는 산하단체들에게 경제적·행정적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국가의 지원도 필요하고, 또 여기에 자체적인 수익창출 모델도 개발해야 하고요. 그렇게 될 때, 항공스포츠로서 좋은 경기들이 속속 생기게 것입니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렸던 제103차 FAI 연차총회에 대해서는 “주빈국으로서 손님을 위하는 마음이 잘 반영된 성공적인 개최였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다만 그가 요즘 아쉬운 점 하나를 꼽는다면, 여러 방면의 일들을 맡아하다 보니 스카이다이버로서 점프 기회를 자주 갖지 못한다는 것. “어려서부터 미사리 강하장에 데리고 다녔더니, 중학교 2학년인 큰딸도 벌써부터 점프를 하고 싶어 합니다. 18살만 되면 같이 점프하러 다녀야죠.”
1993년 창업한 (주)CPS텔레콤은 현재 미국의 금융뉴스 미디어 그룹인 블룸버그사의 뉴스를 실시간으로 공급한다. 또 상황관제시스템을 설계하는 등 IT부문과 건설업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항공문화> 2010년 봄호 기고
2009년 9월 인천에서 열렸던 제103차 FAI 연차총회 폐막식에서
'구름 속의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원항공, “경량항공기 제작에도 도전할 겁니다” (0) | 2010.08.14 |
---|---|
행글라이딩, 극한의 자기수련 속에서 얻는 황홀경!!.... (0) | 2010.03.03 |
아름다운 비행 (0) | 2010.02.09 |
바람을 가르는 새처럼....스카이다이버들의 세계 속으로!! (0) | 2009.1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