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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프로,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죠"

어휘소 2010. 8. 5. 10:28

 

                                                                                           <CLUB KPGA> 사진

 

 

 

지난해 12월, KPGA 2009 신인왕 김도훈 프로(752)를 인터뷰하면서

또 다른 김도훈 프로(753)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도, 나이도, 심지어 한자도 모두 같은 자를 쓰고 있다는 두 새내기 프로골퍼.

그런데 753 김도훈 프로를 인터뷰해야 할 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 생겼다.

지난 4월 11일, 그가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이룬 것이다.

그것도 그의 스물한 번째 생일날에.

앳된 얼굴이었지만, 프로골퍼의 강인함이 느껴지게 하던 김도훈 프로,

그의 이야기다.

 

 

 

“4라운드 마지막 날, 17번 홀까지는 조금 긴장도 됐었지만, 18번 홀에서 챔피언 퍼트를 하면서는 전혀 떨리지 않았어요. 마음이 편안했죠. 우승이 딴 세계 사람들이나 하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제가 하고 보니 의외로 담담해지던데요.”

 

지난 4월 11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리조트마레 비타코스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토마토저축은행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기록한 김도훈 프로(21․회원번호 753). 더욱이 그 날은 그의 스물한 번째 맞는 생일이었다. 그에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이 된 셈이다.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그가 한 다짐 중 하나는 상금랭킹 5위권 진입이었다. 그런데 시즌 초, 그는 단숨에 1승과 함께 그 목표에 도달하는 성적을 내고 있다. 순항이다.

“목표는 높이라고 존재하는 거니까, 이제부터는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더 나아가야죠.”

첫 우승 소감을 묻자, 느릿느릿 담대하게 말하던 그에게서 강단이 느껴졌다.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4월 8일, 토마토저축은행오픈 첫 날. 1라운드부터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그는 8언더로 자신의 최저타 기록을 66타에서 64타로 줄이면서 단독 선두였다. 샷감도 좋았고, 퍼트도 잘 됐다. 바람결마저도, 그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첫 날 18번 홀에서의 이글이 그러했다.

 

“70야드 정도의 거리였죠. 뒤에서 바람이 불어와 55야드 정도 보고 쳤는데,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갔어요. 버디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날 1라운드 경기가 끝나고,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들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첫 승을 하기까지 전혀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3라운드 결과 3위로 진출한 4라운드 마지막 날. 전반에만 3개의 버디를 몰아치며 선두로 올라섰다. 13번 홀에서는 2위와 6타 차까지 벌어지며, 선두로 질주했다. 위기는 15번 홀과 16번 홀에서 찾아왔다. 김도훈 프로는 해저드에 공을 빠트리며, 두 홀 모두 보기를 적어냈다. 그가 종종 위기에 빠지곤 한다는 미스샷이 하필이면 그날 우승 문턱 앞에서 가로막고 나온 것이다.

 

“긴장은 되었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았죠. 다음 17번 홀서 잘 치면 된다, 그렇게 마음먹었거든요. 골퍼로서의 제 가장 큰 장점이 다른 사람들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항상 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선배들로부터 ‘실력 있으면 다 하는 거니까, 우승에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조언을 듣곤 했다는 김도훈 프로. 그 스스로도 이번 첫 승이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점에 한 것 같아 다행이다. 지난 동계훈련에서 집중한 체력보강이 이번 우승에 큰 힘이 된 것 같다고.

지난해 그가 거둔 성적은 톱10 진입 두 차례, 상금랭킹은 22위였다. 1년 전, SK텔레콤 오픈에서의 준우승도 그로서는 무척 아쉬운 경기였다. 3라운드 18번 홀을 맞이하기 전까지, 김도훈 프로는 2위와 3타 차 선두였다. 그에겐 좀처럼 떠올리고 싶지 않은 3라운드, 18번 홀이었다.

 

“제가 긴장을 너무 많이 했었나 봐요. 티박스에서 연속해서 두 번이나 아웃오브바운스(OB)를 냈었거든요. 그 기억 때문인지, 4라운드 마지막 날 공이 제대로 맞지 않더라고요. 결국 2위에 만족해야 했어요. 그런 뼈아픈 실수담들이 하나 둘씩 쌓이다 보니, 제가 정상의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대선배로부터 배우는 교훈

두 번째 톱10 진입은 6월 13일 끝난 에이스저축은행 몽베르 오픈 공동 9위였다. 사실 지난해 전반기만 해도 그는 동명이인 김도훈 프로(회원번호 752)와 함께 2009년의 강력한 신인왕 후보였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일본투어에 자주 참가하게 되면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다. 자연스레 후반기 국내 경기 성적이 나빠졌다. 일본투어에서의 성적도 또한 만족스럽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제 실력이 모자랐던 거지요. 국내투어와 병행하다 보니 체력도 부족했고요. 일본 골프장은 코스도, 그린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 게 결국 모두 실력 부족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지요.”

 

2008년, 그는 일본투어 퀄리파잉스쿨을 6위로 통과한 바 있다. 2009 시즌의 활약이 기대되는 좋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한일 양국을 오가며 경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를 교훈 삼으며, 올해는 생애 첫 우승의 여세를 몰아, 국내투어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는 그다. 그는 그렇게 지난 1년, 뼈아픈 미스샷들과 부족했던 경험을 채워가면서, 조금씩 성장한 것 같다며 웃었다.

 

이미 소개된 것처럼, 김도훈 프로 역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다. 김경태, 강성훈, 동명이인인 김도훈 프로, 이렇게 4명이 당시의 메달리스트들. “4년 전, 아시안게임 때 나이 어린 선수로서, 스포트라이트 많이 받았죠?” 하자 그는 “경태 형이 개인전 금메달도 함께 땄기 때문에, 인터뷰도 많이 하고, 또 주목을 가장 많이 받았죠.” 한다.

 

김도훈 프로는 중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처음 시작했다. 학교의 특별활동 반에 들어가면서다. 그에게 소질이 있어 보인다며, 계속 배워볼 것을 권한 것도 당시의 특별활동 지도교사다. 5년 전부터 그는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으로부터 레슨을 받고 있다.

 

“방금 전에도 스윙이 부드럽지 못하고, 딱딱하다며 감독님께 꾸중을 들었어요. 4월 내내 바람이 강한 대회에서 공을 쳐서 그런지, 예전 스윙 자세가 무너진 것 같다고 하셨죠.”

 

그래서였을까? 올 시즌 개막전 이후 그의 페어웨이 적중률이 유독 좋지 않다. 지난 4월, 그가 참가한 대회의 페어웨이 적중률은 30.36%였다. 지난해에 비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진 것이다. 그는 “아직 시즌 초라 스윙 자세 등이 안정을 찾지 못한 것 같다.”며 점점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는 혼자 등산도 하고, 부산 해운대 바닷가도 산책하곤 한다는 김도훈 프로. 그런데 골프에 있어서, 이 모든 문제의 왕도는 결국 ‘연습’이라고도 했다.

그가 평소 따르고 싶고, 존경한다는 선배골퍼는 최상호 프로다. 골프 외적으로도 닮고 싶은 분이란다. 그에게 깊이 새겨진 최상호 프로의 모습은 ‘후배들에게 한 가지라도 늘 조언을 아끼지 않던 분’이다. 어느 대회에선가, 김 프로의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을 때였다. 대선배 최상호 프로는 “한시라도 연습을 게을리 하면 안 된다.”며 그에게 따끔한 질책과, 격려를 함께 해 주시더란다.

 

 

결정적 순간, 그 퍼터

“앞으로 승수를 더 쌓으려면 보완해야 할 점이 많아요. 러프샷은 제게 여전히 어렵고요. 쇼트 게임도 아직 만족스럽지 않고요. 드라이버 거리도 더 늘려야 합니다. 또 183㎝의 신장이지만, 상체가 약해 왜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앞으로 상체근력도 더 키울 겁니다. 그러자면 웨이트 트레이닝도 더 집중해서 해야 합니다.”

 

그는 ‘KLPGA의 여왕’ 서희경 프로가 첫 승 직후, 5승까지 거침없이 질주했었다면서 그 역시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 대회에 임할 때, 자신감도 더 키워야 하고, 경험 면에서도, 또 기술적으로도 공부해야 할 분야가 참 많다는 그다.

 

지난 5월 4일, 인터뷰 약속장소인 경기도 분당 남서울CC 클럽하우스에서 그와 만나던 날. 김도훈 프로는 클럽 하나를 들고 있었다. 요즘 그가 애지중지 아낀다는 퍼터다.

 

“이번에 우승할 때, 마지막 퍼트를 한 것도 바로 이거예요. 또 3주 연속해서 64타를 칠 수 있게 해 준 퍼터이기도 하고요. 제 최저타 기록을 3주 동안 계속 할 수 있게 해 준 녀석이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지요. 이걸로 얼마까지 쳐 보나, 어디 한 번 끝을 보자, 라는 심정으로 열심히 쳤더니 좋은 스코어가 계속해서 나오더라고요(웃음).”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줄곧 클럽과 볼 모두 타이틀리스트만을 고집해 왔다. 클럽이 정교한 데다, 또 감도도 그와 잘 맞는 거 같아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번 마음에 들면, 쉬이 바꾸지 못하는 그의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단다. 골프화는 주로 흰색과 검정을 즐긴다고. 이 역시 자주 바뀌지 않는 그의 고집스러움이다. 이번 토마토저축은행 오픈 우승을 기점으로, 2~3년 후에는 PGA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컵을 높이 치켜드는 꿈을 꾼다는 김도훈 프로. 올 시즌, 그의 꿈을 실은 페달에 가속도가 더해질까.

 

<CLUB KPGA> 201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