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ub KPGA> 사진
통산 4승 김형태 프로,
그를 키운 '긍정의 힘'
그는 가을 경기에 유독 강했다. 2006 하나투어 몽베르 챔피언십 우승, 2007 금강산 아난티NH농협 오픈 우승, 2008 메리츠 솔모로 오픈 우승. 통산 3승을 그는 모두 가을에 챙겼다. 그러자 미디어에서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가을의 사나이’였다.
그런데 올 시즌, 이른 봄부터 그가 달라졌다. 2010 시즌 초부터 그의 이름은 리더보드 맨 앞자리를 굳게 지킨다. 3월 21일 끝난 한중투어 KEB외환은행 인비테이셔널 1차대회에서 그는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쳐 우승했다. 통산 4승. 2008년 메리츠 솔모로오픈 이후 1년 5개월 만의 우승이다. 이어 지난 4월 4일. 역시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원아시아투어 개막전에서는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공동 선두를 기록한 뒤, 연장전 끝에 준우승했다. 그러니 이제 그를 달리 불러야 하지 않을까. ‘개막전의 사나이’, 김형태 프로(33․토마토저축은행)라고.
프로 10년차. 2006년 이후 매년 1승씩 추가해 오던 그에게 지난 시즌에는 제동이 걸렸었다. 부상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시즌 개막전 우승으로 지난해의 부진을 털어내고, 다시 자신감으로 충만해지기 시작했다. 원아시아투어를 마치고 중국서 돌아온 날인 4월 5일 늦은 오후.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김형태 프로를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는 그의 아내이자, ‘로드 매니저’ 변희진 씨(32)도 함께 했다.
그를 키운 ‘긍정의 힘’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어요. 역전까지 했다가 재역전을 허용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그는 전날 밤, 채 4시간도 잠들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이 그득한 표정이다. 더구나 연장 끝에 진 중국선수 양웬총은 2007년 일본에서 뛸 때 그의 시드 유지를 잃게 한 장본인이었기에 더욱 아쉬워했다. 아내 변희진 씨 역시 “이번에는 설욕하나 싶었는데……” 하며 맞장구를 쳐준다. 현재 중국 랭킹 1위에다 유럽투어에서도 뛰고 있는 양웬총은 2007년 일본서 열린 대회에 초청선수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 대회에서 그 선수의 한 타로 인해 결국 김 프로는 이듬해 일본투어 풀 시드권을 얻지 못하게 방해한(?) 인연이 있었다.
2주 전 있었던 코리안투어 2010 시즌 개막전. 한중투어 KEB외환은행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가자 그는 금세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코리안투어 개막 첫 대회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메인스폰서가 새로 정해지면서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골프를 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들려준 두 번째 비결은 ‘긍정의 힘’이었다. 3월 21일 한중투어 1차대회 마지막 라운드. 중국 상하이 링크스골프장(파72)에는 어느 때보다도 바람이 강했다. 그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그에게 “바람 때문에 고생이 심하겠다.”고 하자, 그는 오히려 “골프치기 밋밋하지 않아서 재미있다.”며 특유의 긍정의 힘을 발휘했었다. 지난해 김형태 프로의 상금순위는 19위. 손목 부상 때문에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도 그는 긍정의 힘으로 견딜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해 그는 파 세이브율과 평균타수 모두 5위 안에 들 정도로 기록은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기록을 믿으면서,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 장면은 역시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안겨주었던 2006년 하나투어 몽베르 챔피언십이다. 마침 그해 결혼을 앞두고 있던 김형태 프로는 감격적인 생애 첫 승, 그 우승컵을 들고서 연인 변희진 씨에게 결혼해 달라고 프러포즈했다.
“사실 그날은 오빠가 6년 동안 기다려온 생애 첫 승을 한 날이라 그 기쁨이 더 컸어요. 오빠가 그렇게 온 동네 떠들썩하게 프러포즈를 한 줄은 나중에 사진들을 보고야 알았죠.”
국가대표의 에이스가 되다
그의 두 번째 우승대회 역시 그에겐 더욱 특별하다. 2007년 가을, 금강산에서 열린 NH농협오픈에서 그는 이 골프장에서의 첫 우승자가 되는 영예를 안았었다. 갤러리 없이 선수와 대회 관계자들만이 한 홀 한 홀을 돌던 색달랐던 대회 풍경. “제게 우승 경험이 있는 코스들이 모두 어렵기로 소문난 곳들이었죠. 금강산 골프장은 유리 같은 그린이 말할 것도 없었고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3승째를 한 여주 솔모로CC도 그땐 스코어가 잘 나오지 않던 곳이었고요.”
시즌 개막전 우승의 여세를 몰아 올해 그의 목표도 달라졌다. 최소 3승에다 상금왕을 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까지 일본투어와 병행해 오던 일정을 올해는 국내투어에 보다 전념할 계획이란다. 그는 외국에 비해 남자 투어경기가 국내서는 조금 덜 주목받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국내 투어가 활성화되어야 더 좋은, 많은 후배들이 태어나고, 또 양성될 텐데요. 저 또한 일찍이 일본투어에 진출하면서 양국을 오가느라 바쁜 일정을 보냈지만, 올해는 목표가 확실해진 만큼 국내투어의 참가 비중을 예년보다 늘릴 생각입니다.”
이제껏 골프 이력에 있어서도 그는 비교적 승승장구한 편이다. 골프의 매력은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간 연습장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초등학생 선수들도 이븐파, 언더파를 칠 때, 그는 90타 내외였다.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 지는 게 싫었던 그는 훈련에만 몰입했다. 친구들보다 출발은 늦은 편이었지만, 골프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국가대표가 되었다. 운동감각만큼은 타고났다는 평도 듣곤 했다. 대표선수 생활 중에도 주장 자리를 꿰찼을 정도로 에이스였다. 프로테스트도 그는 1위로 통과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방송중계를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제 나이 아직 30대 초반인데 ‘노장 선수’로 소개가 되더라고요. 요즘 국내와 해외에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선수들 중에는 20대가 많지만, 아직은 저도 체력적으로 문제없을 만큼 자신도 있는데요. 젊고 패기 넘치는 로리 맥킬로이, 이시카와 료가 있다면 한국에는 30대의 김형태도 있다는 걸 보여드릴 겁니다.”
이번 한중투어 1차전 우승과 이어진 원아시아투어 준우승으로 그의 체력적인 자신감은 어느 정도 검증받은 셈. 드라이버 거리도 최근 더 좋아졌다. 게다가 그는 ‘더’ 젊어 보이게 하기 위해 최근 헤어스타일도 짧게 변화시켰다. 그는 “골프는 정년퇴임이 없는 스포츠”라면서, “올 시즌 이 ‘노장의 투혼’을 기대하시라”며 웃었다.
‘로드 매니저’의 투혼
그의 투혼에는, ‘로드 매니저’ 변희진 씨의 역할도 물론 클 것이다. 결혼 초, 그녀는 김 프로의 모든 스케줄을 직접 챙기며 투어에 동행했다. 그녀는 농담처럼 “경기에 나갈 때면, 공을 직접 치는 일 외에는 모두 제가 할 일이죠.” 했다. 더구나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경기 일정이라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더 늘어나게 마련이다. 때로는 PR맨 역할도 해야 한다. 용품 후원업체와의 약속을 잡고, 계약을 하는 일도 그녀가 나설 때가 많다. 2006년 김 프로가 몽베르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했을 때, 바로 그 다음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일일이 축하 사례 떡을 돌린 것도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골프 실력을 물었더니 “제가 스윙 자세는 제법 나온다는데, 문제는 공이 잘 안 맞는다는 거죠.” 라며 그녀는 깔깔 웃었다. 실은 요즘은 너무 바빠 골프를 배울 시간이 없다고. 좀 더 나이가 들고,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부부가 함께 골프 데이트를 즐길 수 있도록 그녀도 곧 배워둘 생각이다.
“저희는 연애하면서도 한 번도 다툰 적이 없어요. 밥을 먹으면서 메뉴를 정할 때도, 쇼핑을 할 때도 ‘나는 이게 좋은데’ 그러면 ‘그럼 그렇게 해. 자기가 좋은 게 내가 좋은 거야’ 그러는데 어떻게 싸울 일이 있었겠어요.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우주에 나의 반쪽이 있다면 이 사람일 거다’ 그리 생각하게 되었죠. 천성이 착하고, 밝고, 깊은 사람이에요.”
처음 만남. 그녀에게 김 프로의 첫인상은 별로였다. 단정하지 않은 긴 머리 스타일에다, 결정적으로 교통 체증으로 처음 만나던 날 약속시간에 2시간이나 늦었다. 그럼에도 부부의 연이 닿았으니, 천생배필이었던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연인들, 그리고 부부들이 이들처럼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2009년 한 시즌, 도움닫기를 하려고 쉬었던 과정을 지나, 올 시즌 다시 점프를 하는 과정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는 김형태 프로. 앞으로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골프지식을 더 쌓아 KPGA 상금왕에도 도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투어에서도 승수를 더 늘려나갈 참이다.
<Club KPGA> 2010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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