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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 연예인 프로골퍼 1호 류용진 씨

어휘소 2010. 4. 11. 16:16

 

                                                                                              <Club KPGA> 사진

 

KPGA 연예인 프로골퍼 1호,  류용진

 

 

3년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올곧고 효심 가득한 캐릭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류용진. 그에겐 특이한 이력이 하나 더 있다. 한국프로골프협회(이하, KPGA) 세미프로골퍼이자 ‘연예인 프로골퍼 1호’라는 기록이 그것이다. 이제껏 많은 연예인 골퍼들이 프로테스트에 도전했지만, 성공한 사람은 현재까지 그를 포함해 개그맨 최홍림 씨와 가수 이프로 씨 등 세 명뿐이다. 프로골퍼 테스트 통과 이후, 10여 년 만에 그가 또다시 새로운 모색과 도전에 나섰다. 이번에는 CEO로의 변신이다.

그가 이번에 새롭게 진출하는 분야는 부동산개발 중에서도 고급 빌라 부문이다. 지난 3월 9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서 만난 류용진 대표. 새로운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또 도전하는 기대와 설렘 때문일까. <Club KPGA> 취재팀을 맞은 그는 조금은 상기되어 있었다.

 

“건축은 그저 건물을 짓는 일이 아니라, 그곳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삶을 짓는’ 일이라고도 하잖아요. 또 그 안에서 사람들이 빛과 볕, 바람 등 자연과 어떻게 조화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이해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저희 회사에서 짓는 집들 역시 온가족이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며 쉴 수 있는, 그런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그런 집이 되면 더욱 좋겠고요.”

 

 

인간의 ‘삶을 짓다’

류 대표가 고급빌라나 주택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03년 무렵부터다. 이전까지는 주로 제한적인 투자자의 역할이었지만, 이번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된 것. 현재 추진 중인 첫 사업은 2011년 말 입주 예정인 논현동 빌라 프로젝트다. 류 대표는 “강남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부지”라며, “2640㎡ 대지에 정원으로만 1980㎡ 면적이 조성될 계획으로, 좋은 ‘건축 작품’이 탄생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시공은 도급순위 50위권 안에 있는 일군 건설업체에 맡길 계획. 총 18세대 중 내로라하는 기업의 CEO 등 이미 7세대의 계약이 완료된 상태다.

 

이번에 사업을 새로 시작하고 보니 까다로운 고객들과 만나고, 또 상담하는 일이 생각처럼 녹록치만은 않다는 그다. 그러나 그에 대한 해법 또한 명쾌하게 풀어놓는다. 고객을 향해 활짝 귀를 열고,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때로 파트너십을 맺고도 함께 일해야 할 실무진들이 그의 업무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올 때도 없진 않았다고. ‘집 짓는 전문가도 아닌데, 혹은 집 지어본 경험이 전혀 없는데 무얼 알겠어?’ 그런. 그럴 때마다 류 대표는 회사의 역량과, 방송인으로서의 그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믿고 납득해줄 때까지 설명하고, 또 설득하곤 한단다.

 

“기업경영이나 골프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 같아요. ‘무모한’ 것과 ‘무리한’ 것의 구분이나 경계를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이죠. 저의 경우 혹시라도 한 번쯤은 ‘무리다 싶은’ 샷이나 결정은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무모하다 싶은’ 선택은 가능하면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빌라건축 사업은 특히 지주와 금융, 시공사 등과의 관계에서 그가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류 대표. 이번 논현동 1차 사업에 이어 현재 두 사업장에 대한 계약이 성사를 앞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프로골퍼를 꿈꾸다

그는 KBS 14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병헌, 손현주, 김호진…. 그가 자랑처럼 들려준 동기들의 호명이다. 1999년 KPGA 세미프로가 되기 전, 그는 드라마에서도 실감나는 프로골퍼 연기를 펼친 적이 있다. 김수현 작가의 ‘사랑하니까’라는 드라마에서다.

 

“당시 작가님께서 실제로 골프를 잘 치는 연기자를 찾으셨던 모양이에요.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 김수현 작가님과 몇 번 라운딩도 했는데 ‘그만하면 프로선수답네. 합격이야’ 하셔서 그 역을 맡게 됐었죠.”

 

방송에 데뷔하기 전 그는 실제로 프로골프 선수를 꿈꾼 적이 있었다. 1986년부터 꼭 3년 동안이었다. 서초동에 있는 골프연습장에서 상주하며, 그는 하루에볼 3000개씩 치는 연습에 몰두했었다. 당시 최경주 프로가 해외진출을 모색할 즈음이었는데, 그와도 라운딩할 기회가 많았다. 또 초등학교 6학년이던 박지은 프로도 그와 함께 연습 공을 치던 ‘연습장 동료’였다.

 

“그런데 부모님께서 프로골퍼가 되는 걸 적극 말리셨어요. 80년대 후반만 해도 골프 쳐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을 때였으니까요. 그 뒤 대학을 졸업하고, 연기자 길로 들어서면서 프로골퍼의 꿈은 잠시 접기로 했죠. 그러다 1998년 다시 프로테스트에 도전했는데, 그때 예선에서 75타, 76타를 치면서 1타 차로 탈락했어요. 그리고 이듬해, 부산 가야CC에서 열린 본선에서 74타, 74타를 치면서 마침내 KPGA 세미프로 회원이 될 수 있었지요.”

 

2002년 류 프로는 KPGA 2부 투어에 참가, 크진 않지만 상금을 확보한 적도 있었다. 이로 인해 그에겐 1부 투어 도전에 대한 꿈도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욕심내지 말자, 처음 네 목표는 세미프로였잖아.” 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는 방송활동을 병행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 충분하다”며 자신을 달래야만 했다. 1부 투어프로 테스트에 한 번 발을 들이면, 쉬이 빠져나오지 못하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베스트 & 워스트 스코어

그에겐 천하의 타이거우즈도 울고 갈만한 대단한 기록이 또 있다.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64타. 그의 표현대로라면, 치기만 하면 공이 바로 핀 옆으로 굴러가 붙더란다. 반면 한동안 일일드라마 출연으로 인해 연습 없이 나선 라운딩에서 91타를 친 적이 있다. 조금 자존심이 상하면서 연습을 한 뒤에 나가 다시 쳤더니 96타. 또 이어진 라운딩에서는 94타였다.

 

“그때도 (홍)요섭 형과 (김)영철 형과 함께 한 라운딩이었는데, 3연속 스코어가 나오질 않자 제 자신에게 부아가 나면서, 필드에 나서기가 꺼려지더라고요. 그렇게 거의 한 달을 골프채를 놓고 살았죠. 그러다가 요섭·영철 형의 유혹도 있고 해서 못이기는 체 따라나섰는데, 그때는 다시 74타까지 내려오더군요. 아, 이런 게 바로 골프로구나 했지요.”

 

그는 요즘 “좋은 일은 같이 오는 것 같더라”며 행복해했다. 회사를 설립한 이후부터는 방송국서도 출연제의가 잇따르는 중이라는 것. 더욱이 꼭 한 번쯤 연기하고 싶었던 사극의 배역도 있던 터라 한번 해 볼까 하는 욕심도 없지 않았다고. 그러나 새로 시작한 사업이 안정화될 때까지 드라마 출연은 잠시 미뤄둔다는 계획이다.

그는 현재 ‘이글이글 연예인 골프단’의 단장도 함께 맡고 있다. 노익장을 자랑하는 이순재·정혜선 씨로부터 홍요섭, 김영철, 이보희, 이한위, 차태현, 김성민 씨 등 아마추어 골프의 숨은 고수들로 고루 포진돼 있는 곳이 ‘이글이글’이란다. 전체 회원 수는 30명. 구성된 지 올해로 13년째를 맞는다.

 

“연기자들은 출연작이 끝나면 각자 다른 스케줄로 인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1년에 한 번 얼굴 보기도 쉽지 않죠. 하지만 ‘이글이글’은 1년에 10회 정기라운딩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이 모임만은 협찬 없이 회원들의 순수회비로 운영하자는 게 모토입니다. 차기 단장은 만능 스포츠맨 김성민 씨가 맡게 됩니다.”

 

그는 앞으로 ‘이글이글’ 연예인 골프팀과 KPGA가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올해 개인적으로 꼭 동반 라운딩해 보고 싶은 이를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코리안투어에서 우승, ‘위너스 클럽’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프로선수들을 떠올린다. 취재 날, 인사를 나누면서 그가 건네준 명함엔 ‘kpgaryu’로 시작되는 이메일 주소가 또렷했다. KPGA 세미프로로서의 그의 자존감이, 그 한 장의 명함에 돋을 새겨져 있었다.

 

<Club KPGA> 2010년 4월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