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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현경, 그녀가 꿈꾸는 행복한 일상

어휘소 2011. 11. 16. 22:51

 

                                                                           <CLUB KPGA> 2011년 5월호, 스튜디오 <크레인> 사진

 

 

 

배우 , 그녀 꿈꾸는 행복한 일상

 

‘이리 재밌는 운동을 왜 진작 알지 못했던 걸까.’ 배우 이현경은 이렇게 자신을 책망부터 했다 한다. 골프를 처음 접했던 6년 전의 일이다. 5월이면, 꼭 결혼 1년차 주부가 되는 그녀. 짧은 만남이었지만 배우로서, 또 같은 길을 걷는 반려자를 만난 여인으로서, 아마추어 골퍼로서 행복한 그녀의 일상이 금세 전해져 왔다.

이현경의 골프 입문은 다소 늦은 편이었다. 6년 전, 그녀에게 골프를 소개한 이는 연극을 같이 하면서 알게 된 개그맨 서경석이었다. 이후 캘러웨이와도 인연을 맺으면서 전혜진, 김찬우, 강성진 등과 함께 일 년에 4회 정도 정기적인 라운드를 갖고 있다.

 

“처음에 골프를 배울 때는 매일 4-5시간씩 쉬지 않고 연습을 하곤 했어요. 하루에 45홀씩 돌기도 해 봤고요.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제가 남들보다 구력은 길지 않지만, 다른 건 몰라도 드라이버는 자신 있어요.”

 

2년 전, 그녀는 SBS골프 채널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그녀는 스윙 폼이 우아하고,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했다. 이 유연한 스윙 폼은 대학시절 전공한 무용의 힘이 컸다. 한창 거리가 날 때는 비거리가 180야드에 달했었다. 그러다 체중이 줄면서 거리도 함께 줄었다가, 결혼 이후 잃었던 거리감은 이제 회복한 상태다. 이제까지 베스트 스코어는 96타. 100타를 넘기면서부터는 스코어에 대한 조바심은 접고,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골프 한두 해 하고 말 거 아니잖아, 나이 들어서도 평생 할 거잖아’ 그렇게 마음먹으니 서두를 일이 없어졌다. 그 이후 파를 해도, 보기 플레이를 해도 마음을 졸이는 일은 사라지게 되었다.

 

 

 

“페어웨이에서 아웃오브바운즈가 잦으면, 그린에서는 퍼트가 잘 되더라고요. 또 그린에서 잘 안 들어가는 날은 드라이버가 잘 맞고요.”

 

그러면서 우리 인생과도 많이 닮은 게 골프구나 생각하니 더욱 재미있어졌단다. 그녀가 마치 자랑 같다며 쑥스러워 하면서 들려준 이야기 하나. 그녀는 비기너 시절에도 유연한 스윙 폼 때문인지 슬라이스나 훅을 좀처럼 내지 않았다고 한다. 해서 동료들로부터는 그녀의 평소 바른생활처럼, 공도 늘 똑바로 잘 나가는 것 같다는 놀림도 받곤 했다.

 

“캘러웨이 모임에서는 제부인 배우 강성진 씨(방송인이자 가수인 아내 이현영 씨가 그녀의 동생이다)가 싱글 핸디캐퍼예요. 티칭 프로 자격증도 땄고요. 또 김찬우 씨는 시원스런 장타가 특기인데, 비거리가 300야드가 넘어요. (전)혜진 언니도 꾸준한 기량을 자랑하시고요.”

 

그녀가 라운딩에 꼭 함께 하고 싶지만, 아직은 미루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남편인 뮤지컬 배우 민영기 씨다. 연애시절부터 아내를 ‘천사’라고 부른다는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꽉 찬 공연 스케줄 때문에 시간내기가 쉽지 않다. 어떤 일이든 한 번 집중하면 그가 가진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스타일이라 골프 입문은 5년쯤 후로 유예해 놓은 상태라고. 그럼에도 골프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면 부부가 함께 시뮬레이션 골프게임을 즐기곤 한다. 대신 아내는 최근 들어 소아암 어린이 돕기 자선골프대회에도 참가하는 등 골프를 통한 나눔 활동에 남편의 몫까지 더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1994년 MBC 23기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그녀는 연기생활 17년째를 맞는다. 방송 데뷔는 이보다 좀 더 빨랐다. 대학시절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익힌 솜씨로 SBS의 여행프로그램에서 리포터로 활약한 바 있다. 배우로서 그녀의 롤 모델은 현재 <로열 패밀리>에서 공순호 역으로 열연 중인 김영애 선배다. 이 드라마를 보면, 대사 한 마디에도 대선배의 연륜이 묻어나는 것 같단다. 그녀 역시 나이 들어서도 이현경만의 색채를 가진, 저력이 배어나오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그녀가 되고 싶어 하는 건 ‘스타’가 아닌, 오래도록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 본연의 모습이다. 그녀가 다작(多作)을 반기지 않는 까닭도 그래서다. 쓸 수 있는 만큼의 신이 주신 재능을 오래도록, 길게 쓰고 싶어서다. 그녀 스스로 굴곡진 삶을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표출되어 나오는 감정선에 기대게 될 테니 연기자로서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은 없단다.

 

 

 

“제가 좀 더 젊었을 때는 전공인 무용을 살려, 최승희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역할을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젠 나이가 들다 보니 그런 꿈은 접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누군가의 전 생애를 펼쳐 보이는 일대기 영화나 드라마는 꼭 연기해 보고 싶어요.”

 

그녀는 지난해 케이블채널 CBS의 창사특집극 <시루섬>에서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시루섬>은 전남 신안의 증도에서 한국의 마더 테레사로 불리는 문준경 여사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이제까지 주로 도회적인 이미지의 역할을 맡다가 그녀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에 가까웠다. 지난 17년 동안 그녀의 연기 욕심은 남달랐다. 대학에서 연극영화학과를 전공한 다른 동료들보다 이론에서 뒤처진다는 생각에 단국대에 편입, 연기공부를 계속했다. 그것만으로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후 1년에 한 편 이상 꾸준히 연극 무대에 올라 연기의 기본에 대해 치열하게 공부했다. 이들 연극 무대에서는 TV와 영화와는 달리 그녀 자신을 좀 더 활짝 열어보이게 되더란다.

 

“얼마 전부터는 제 고정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도 강해졌죠. 그 동안 차분하고 편한 이미지, 밋밋하게 묻혀가는 역할을 많이 해왔어요. 그래서 종종 악역도 하고 싶어졌어요.”

지난해 5월, 그녀는 <여보, 고마워>라는 작품에서 공연했다. 결혼 이후 첫 공식무대였는데, 그녀는 주부 10년차 슈퍼맘의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함께 공연했던 배우 오정해는 “빨간 손수건 하나만으로도 남자들의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며 그녀의 연기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었다. 실제로 이현경은 남편에게 ‘내조의 여왕’으로 불리곤 한다. 연기 모니터링도 그녀의 몫이지만, 평소 그녀 자신보다는 남편이 더 빛나게 하는 역할이 되고 싶어 한다. 이현경․민영기 부부의 인연을 맺어준 건 뮤지컬이었다. 그녀가 민영기 씨에게 뮤지컬의 성악 발성에 대해 공부하게 되면서다. 그녀로서는 춤은 전공했으니 뮤지컬에 도전하기 위해 노래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싶던 차였다. 뮤지컬 배우로 자리를 잡은 민영기 씨는 후배 배우들에게 소리를 잘 뽑아주는 강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결혼 전에는 절더러 분명히 소리에 대한 소질이 있다고 했었는데 요즘엔 말이 조금 바뀌었어요. ‘우선 열심히 해야 되는 거지’ 하면서 말꼬리를 흐려요(웃음). 레슨도 예전처럼 잘 안 해주려고 하고요. 하지만 열심히 노래하는 발성법을 익혀서 후에 꼭 뮤지컬 무대에 함께 서고 싶어요. 요즘에는 관객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져 자칫하다가는 남편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도 염려스럽지만 열심히 해야지요.”

 

 

 

지난 4월 19일 늦은 오후. 그녀의 후속 인터뷰 스케줄을 위해 약속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 질문은 골프에 관한 그녀의 꿈 이야기. 올해 임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부부로서는 앞으로 2-3년 동안은 필드에 나가는 시간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거란다. “저로서는 현재의 즐기는 골프에도 만족하지만, 앞으로 실력도 더 향상되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80대 중반까지 스코어를 올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해요.” 그리고 여기에 더하자면 남편 민영기 씨도 그녀의 라운딩에 합류, 동생 이현영 씨 부부와 함께 가족동반 모임을 추진해 보는 것. 그녀가 요즘 꿈꾸고 있다는 행복한 일상이기도 하다. 이제 2세를 기다리며, 엄마로서의 행복한 일상을 준비하고 있는 배우 이현경. 그녀에게 어울릴법한 컬러 볼이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 그건 아마도 이 신록의 봄날과도 썩 어울릴 법한, 따뜻한 ‘오렌지 빛깔’이 아닐까?

 

 

 

 <CLUB KPGA> 2011년 5월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