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House
오보이스트 성필관
플루티스트 용미중 씨의 ‘Art for life’
오보이스트 성필관 씨의 집 ‘아트 포 라이프’에서는 삶이 곧 예술이고, 예술이 곧 삶이다.
시와 음악과 새소리, 바람소리….
신이 빚어내는 ‘자연이라는 예술’과 벗하며 살아가는 성필관․용미중 예술가 부부를
싱그러운 어느 여름날 아침, 북악산 자락에서 만났다.
오솔길 사진
어느 건축가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의 손에 의해 집은 만들어지지만, 결국 나중에는 집이 사람을 만들게도 한다’고.
종로구 부암동의 야트막한 산길을 오르다 만나게 되는 오보이스트 성필관 씨의 한옥 문패 ‘Art for life’. 이 집의 주인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 건축가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전에 있던 집을 헐어내고 한층 더 운치 있고 멋스러운 집으로 다시 태어난 한옥.
손님을 맞아 여유롭게 차 한 잔 나눌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바깥채 아래층으로 이어진 카페.
그리고 그 옆의 자그마한 콘서트홀.
삶과 유리되지 않은 예술, 우리네 인생이 곧 예술이라며 ‘삶이 예술처럼, 축제처럼’ 살아지길 소망하는
예술가 부부가 그곳에 살고 있다.
소음 한 점 없는 한적한 숲 속에서 맑은 새소리처럼 흐르는 오보에 소리와 함께.
또 고요한 호수 위를 잔잔한 파문처럼 번져가는 플루트 소리와 함께. 이 집의 주인인 오보이스트 성필관 씨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 연주자로, 그의 아내 용미중 씨는 플루트 연주자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고, 또 현재도 연주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우정을 나누는 ‘해질 무렵의 연주회’
손수 내린 따끈한 커피를 건네며, 성필관 씨는 먼저 헤르만 헤세 이야기부터 꺼냈다.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는 고뇌하던 청년기의 그의 모습이었으며, <유리알 유희>의 요제프 크네히트는 여전히 그에게 예술가적 삶의 진정성과 치열함에 대해 되묻게 하는 주인공이라고 했다.
3년 전, 이곳 부암동 한옥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아마도 그는 요제프 크네히트가 그토록 꿈꾸었을, 도덕적으로 혹은 예술적으로 완벽한 이상향을 지금 새로 구현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예술가이자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대한 그의 사유와 질문들은 이곳 ‘Art for life’에서 현재 하나하나씩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곳에 있던 헌집을 헐고 새로 집을 짓다시피 하면서 그는 그가 좋아하는 음악인 소나타 형식에서 그 모티브를 빌려왔다.
이를 테면 안채 한옥은 2악장 아다지오의 ‘느리게’를, 콘서트홀은 1악장 알레그로의 ‘빠르게’를, 지하의 카페는 ‘활기차게’의 론도알레그로의 의미를 차용한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예술은 어떤 얼굴이어야 할까? 그는 주저 없이 말한다. 예술은 온몸의 체험을 통한 울림이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그는 ‘예술은 기예가 아니라, 체험한 감정의 전달이어야 한다’고 말한 톨스토이의 열렬한 신봉자이다.
그의 이러한 예술적 신념은 매 주말마다 그의 집에서 열리는 하우스 콘서트로 실천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부터 시작되는 일명 ‘해질 무렵의 연주회’이다.
시작 시간은 오후 5시 정각이지만, 공연이 끝나는 시간은 매번 정해지지 않는다.
그날 연주자의 약속된 연주시간이 끝나면, 객석 청중들의 여흥에 따라 공연시간이 그때그때 달라진다.
국악과 춤과 노래와 연주 등 연주회의 장르도 다양하다.
이 연주회의 기획과 연출은 물론 그와 아내 용미중 씨의 몫이다.
공연 뒤풀이 때는 그의 오보에 연주와 아내 용미중 씨의 플루트 공연을 덤으로 즐길 수도 있다.
오솔길 사진
그의 예술적 스펙트럼은 우주처럼 넓다
객석을 차지하는 이들은 물론 예술의 향기에 늘 목말라 하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들 부부의 예술가적 집념을 익히 알아챘던 지인들만이 이 아름다운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북악산 자락의 이 고즈넉한 한옥 옆에 숨겨진 콘서트홀이
알음알음으로 세인들에게 알려지면서 토요일 오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젊어서 내게 예술은 변화를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연주할 때도 장식음을 많이 쓰며 늘 변화를 주려 애를 썼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예술은 도덕이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식음을 다 지워나가며 음악을 단출하게 만들기 시작했지요.”
그에게 음악은, 그리고 예술은 세 차례의 변화의 시기가 있었다고 회고한다.
첫 번째가 변화였고, 두 번째가 도덕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에게 예술은 한마디로 ‘우정’이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거장들과의 교유도, 산 사람들과의 교감과 감동도
그에게는 우정을 창조해 가는 과정이라고 규정한다.
그가 넘나드는 예술가적 영역의 스펙트럼은, 사실 저 우주만큼이나 광활하다.
음악과 영화, 사진과 문학. 그리고 대학 교수직과 연주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감행한 파리 유학에서
신학을 공부한 이채로운 이력까지 가진 그다. 부암동 집 그의 연습실 한켠에는 그가 찍은 사진들이 미처 정리되지 못하고 한 줄에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그가 하루 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공간이어서일까?
이마저도 한 폭의 설치예술을 바라보는 듯한 착각에 잠시 빠져봄직한 광경이었다.
또한 온돌로 된 거실(겨울철 한기를 덜기 위해 거실 문 안쪽으로 온돌을 놓았다) 앉은뱅이 탁자에는
그가 어림잡아 백번은 읽었다는 성경과, 휠더린의 시집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하우스콘서트 외에도, 콘서트홀에서는 세계적인 영화 거장들의 예술영화를 함께 감상하는 정기모임도 구상하고 있을 정도로 그는 예술영화 애호가이다.
가끔은 여기서 시 낭송회도 연다.
예술가는 인생을 사랑하고, 그 아름다움을 세상 모든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고 믿는 성필관, 용미중 씨 부부. 그들은 매주 열리는 공연의 수익금으로는 사회의 그늘진 곳을 돕는 일에 요긴하게 쓰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두산산업개발 사외보 <WE'VE 매거진>2006년 여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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